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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없던 시대 — 요세푸스 『유대고대사』 5권으로 읽는 사사들의 끝없는 순환

모세와 여호수아 이후, 이스라엘은 왕도 단일 지도자도 없는 사사 시대에 들어갑니다. 요세푸스는 정착과 반복되는 위기, 그리고 지도자의 부재가 만든 불안정을 한 흐름으로 묶습니다.

2026년 5월 30일 요세푸스 『유대고대사』 읽기 조회 1

모세와 여호수아 같은 거대한 지도자들의 시대가 끝난 뒤, 이스라엘은 새로운 불안정에 들어갑니다.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Antiquitates Judaicae) 5권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 가나안 정복 이후, 왕도 없고 단일 지도자도 없던 "사사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요세푸스는 이 시기를 흥미로운 개념으로 정리합니다. 그에 따르면 사사 시대의 정치 체제는 본래 "귀족정치", 곧 제사장과 장로가 다스리는 형태였고,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신 통치였다고 봅니다(AJ 5.§135). 그런데 그 위에 같은 패턴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 백성이 우상을 섬기면 외적이 침략하고, 고통 속에 부르짖으면 하나님이 구원자(사사)를 보내시고, 평화가 오면 또다시 우상으로 돌아가는 순환입니다. 옷니엘부터 입다까지, 이 글에서 그 반복의 드라마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요단과 여리고 — 또 하나의 기적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넜습니다. 요세푸스는 이것을 홍해 도하에 맞먹는 기적으로 그립니다 — 제사장들이 언약궤를 들고 강에 들어서자 물이 멈추었고, 백성이 마른 땅을 건넌 뒤 12개의 기념 돌을 세웠습니다(AJ 5.§16-20).

이어 여리고 포위. 7일간 성을 돌며 나팔을 불자 성벽이 지진처럼 흔들리며 무너졌습니다(AJ 5.§22-30). 여기서도 요세푸스의 특유한 태도가 나옵니다 — "나는 기록된 대로 전할 의무가 있다. 각자 원하는 대로 판단하라"(AJ 5.§20). 그리스-로마 독자의 회의를 의식한 주석입니다. 아이 성에서는 아간이 금지된 전리품을 숨긴 탓에 첫 패배를 겪었다가, 죄가 드러나 처벌된 뒤 다시 함락시켰습니다(AJ 5.§33-44). 기브온 주민은 먼 곳에서 온 사절로 속여 조약을 맺어 학살을 피했고, 가나안 다섯 왕이 기브온을 치자 이스라엘이 구원에 나섰습니다. 이때 여호수아가 "해야 멈추어라"라고 기도하자 태양이 한낮에 멈췄다는데(AJ 5.§61), 요세푸스는 "이것이 사실임을 믿는 자는 성전의 기록을 참조하라"고 덧붙입니다. 그렇게 가나안이 정복되고 땅이 12지파에 추첨으로 나뉘었으며(AJ 5.§77-85), 여호수아는 11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AJ 5.§117).

끝없이 반복되는 순환

여호수아와 대제사장 엘르아살이 세상을 떠난 뒤, 이스라엘에는 왕이 없었습니다. 요세푸스는 이 무왕(無王) 상태를 무질서가 아니라 "귀족정치"로 규정하며, 제사장과 장로의 통치가 본래 하나님이 의도하신 형태라고 해석합니다(AJ 5.§135). 군주정에 익숙한 그리스-로마 독자에게 이스라엘의 독특한 정치 체제를 변호하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그 위에서 같은 비극이 끝없이 되풀이됐다는 것입니다. 백성이 우상을 섬기면 외적이 쳐들어오고, 고통 중에 부르짖으면 하나님이 사사를 일으켜 구원하시고, 평화가 찾아오면 또 우상으로 돌아가는 — 이 순환이 5권의 골격입니다. 사사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같은 패턴이 인물만 바꿔 가며 재생되는 변주인 셈입니다.

옷니엘과 에훗 — 첫 구원자들

첫 번째 사사는 옷니엘이었습니다. 갈렙의 조카이자 사위인 그가 메소포타미아의 쿠산 리샤타임에게서 8년의 종살이를 끝내고 이스라엘을 해방했습니다(AJ 5.§182-184).

두 번째는 에훗인데, 그의 일화는 요세푸스가 꽤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왼손잡이였던 에훗은 모압 왕 에글론에게 공물을 바치는 척 접근해 단검으로 찔렀습니다. 요세푸스는 에글론이 너무 비대해서 칼자루까지 배에 묻혔다고 적습니다(AJ 5.§186-197). 에훗이 방문을 잠그고 빠져나간 뒤, 시종들은 "왕이 용변 중"이라 여겨 한참을 기다리다 뒤늦게 발견했다는, 묘하게 사실적인 디테일까지 전해집니다. 두 사사 모두 압제의 사슬을 끊어낸 구원자였습니다.

드보라와 기드온 — 여성 사사와 300명의 기적

드보라는 유일한 여성 사사였습니다(AJ 5.§200-209). 군사령관 바락이 "당신이 함께 가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겠다"고 하자, 드보라는 "그렇다면 영광은 여자의 것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며 동행했습니다. 가나안 장군 시스라를 격파했고, 도주한 시스라가 야엘의 장막에 숨었다가 그곳에서 최후를 맞았습니다(AJ 5.§205-209).

기드온의 이야기는 더 극적입니다. 미디안의 대군을 단 300명으로 물리쳤기 때문입니다(AJ 5.§213-232). 요세푸스에 따르면 기드온은 처음 32,000명을 모았으나, 하나님이 "너무 많다 — 승리가 자기 힘이라 자랑할 것이다"라며 두 차례에 걸쳐 300명으로 줄이게 했습니다(AJ 5.§215). 먼저 두려워하는 자들을 돌려보내고, 다음엔 물을 마시는 방법으로 다시 걸렀습니다. 횃불과 항아리를 이용한 야간 기습으로 적진에 혼란을 일으키자, 미디안인들이 서로 칼을 휘두르며 도망쳤습니다. 다만 기드온 사후 그의 아들 아비멜렉이 형제 70명을 죽이고 왕을 자처했다가, 한 여인이 던진 맷돌 조각에 두개골이 깨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AJ 5.§233-253) — 왕정을 향한 성급한 욕망이 부른 파국입니다.

입다 — 경솔한 서원의 비극

마지막으로 입다. 그는 암몬을 격파한 사사였지만, 전쟁 전에 한 경솔한 서원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 "이기고 돌아올 때 나를 맞으러 나오는 첫 번째 것을 번제로 바치겠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그의 외동딸이었습니다. 요세푸스에 따르면 딸은 아버지의 서원을 듣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받겠다"고 답한 뒤, 두 달간 산에서 애도하고 결국 번제로 바쳐졌습니다(AJ 5.§263-266). 주목할 점은 요세푸스의 논평입니다. 그는 입다의 서원이 "율법에 합당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비판합니다. 경건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이라도 율법에 어긋나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 맹목적 서원에 대한 한 역사가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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