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라고 하면 보통 믿음의 조상, 순종의 사람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그런데 요세푸스가 그린 아브라함은 좀 다릅니다 — 그는 별과 해와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이것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 명령하는 분이 있다"고 추론해 낸 일종의 철학자입니다.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 1권 후반부(AJ 1.§154-256)는 이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갑니다 — 칼데아를 떠난 이주, 이집트에서의 위기, 조카 롯의 구출, 멜기세덱과의 만남, 소돔의 멸망, 그리고 가장 극적인 모리아 산의 시험까지입니다. 성경의 아브라함에 그리스 철학과 1세기 변증이 입혀진, 흥미로운 초상입니다.
별을 보고 신을 추론하다
요세푸스는 아브라함을 단순한 유목민 족장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그립니다 — "모든 이에게 뛰어나며 덕과 지혜에서 탁월했다. 그는 하나님에 관해 더 고귀한 관념을 가질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 때문에 이웃에게 미움받아 메소포타미아를 떠났다"(AJ 1.§154).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적는 건 아브라함의 신 존재 논증인데, 이건 성경에도 없는 요세푸스 고유의 창작입니다 — "땅과 바다에 유익한 것은 태양과 달과 천체가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자력으로 움직인다면 질서가 없을 텐데, 명백히 질서가 있다. 따라서 이것들은 스스로 힘이 없고 우리를 위해 섬기는 종에 불과하다. 우리는 섬기는 자가 아니라 명령하는 분께 감사와 예배를 돌려야 한다"(AJ 1.§155-156).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제일 원동자'와 플라톤주의의 그림자가 또렷한 논증입니다. 칼데아 사람들이 우상 숭배에 빠져 있던 시대에, 한 사람이 추론만으로 단일한 창조주에 도달했다 — 이게 요세푸스의 메시지였습니다. 그 추론 능력 때문에 그는 동족에게 미움받아 떠나야 했습니다.
이집트의 위기, 그리고 그리스 지혜의 기원
아브라함은 75세에 칼데아를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에 도착했습니다. 기근이 들자 이집트로 내려갔는데, 사라가 너무 아름다워 파라오가 빼앗을까 두려워 그녀를 누이라 소개하는 계략을 씁니다(AJ 1.§161-168). 파라오가 사라를 후궁으로 데려가자 즉시 역병이 그의 가문을 덮쳤고, 점술가들이 "히브리 외인의 아내를 빼앗은 탓"이라 해석했습니다. 파라오는 사라를 돌려보내고 사과와 선물을 했습니다.
여기서 요세푸스는 깜짝 놀랄 주장을 보탭니다. 아브라함이 이집트인에게 산술과 천문학을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 "그는 그 지식을 이집트인에게 전했고, 이집트인이 후일 그리스인에게 전했다. 그러므로 그리스의 모든 천문학과 수학은 사실 칼데아의 지혜에서 왔으며, 그 첫 전수자는 아브라함이다"(AJ 1.§166-168). 그리스 지혜의 진짜 기원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스케일이 큰 변증적 주장이었습니다.
318명으로 네 왕을 이기고 멜기세덱을 만나다
가나안에 돌아온 아브라함과 조카 롯은 가축이 너무 불어 갈라서기로 했습니다. 아브라함이 먼저 고르라 하자 롯은 비옥한 요단 평지를 택했고, 아브라함은 헤브론 산지에 정착했습니다(AJ 1.§169-176). 곧 메소포타미아 네 왕의 연합군이 소돔 지방을 침공해 롯까지 포로로 끌고 갔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브라함은 자기 가속 318명을 무장시켜 다메섹 북쪽 단까지 추격해, 야간 기습으로 연합군을 격파하고 롯과 노획물을 되찾았습니다(AJ 1.§177-181). 요세푸스는 318명이 거대한 군대를 이긴 것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강조합니다.
귀로에 살렘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로 아브라함을 영접했습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습니다. 요세푸스는 이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다룹니다 — "멜기세덱은 그 이름의 뜻이 '의의 왕'이며, 그가 살렘을 처음 세웠다 — 살렘이 후일 예루살렘이 된다"(AJ 1.§180). 멜기세덱이 곧 예루살렘의 창건자이자 첫 사제라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쳤습니다.
약속의 아들과 소돔의 멸망
아브라함이 자녀 없이 늙어가자 사라가 이집트 시녀 하갈을 첩으로 들였고, 하갈에게서 이스마엘이 태어났습니다(AJ 1.§186-191). 이스마엘이 13세 되던 해,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며 할례를 그 표징으로 주셨습니다. 이어 세 천사가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래로 찾아와 "내년에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 약속하자, 사라가 장막 안에서 자기 늙음을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천사가 답합니다 — "왜 사라가 웃었느냐? 하나님께 어려운 일이 있겠느냐?"(AJ 1.§192-198).
소돔과 고모라의 죄가 하늘에 닿자 하나님이 멸하려 하셨고, 아브라함은 의인을 위해 흥정합니다 — "50명이 있으면 어떻습니까? … 45명? … 30? … 10명?" 하나님은 매번 "그 수만큼이라도 있으면 멸하지 않겠다"고 답하셨습니다(AJ 1.§199-204). 그러나 소돔엔 의인 열 명이 없었습니다. 두 천사를 영접한 롯의 가족만 빠져나왔고,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쏟아져 다섯 도시가 멸망했습니다. 뒤를 돌아본 롯의 아내는 소금 기둥이 됐는데, 요세푸스는 "내가 직접 그 기둥을 보았으며 오늘날까지 사해 근처에 남아 있다"(AJ 1.§202-203)고 증언합니다. 1세기의 성지순례 명소였던 셈입니다.
모리아 산의 시험 — 아케다
이듬해 사라가 90세에 이삭을 낳았습니다. 약속의 자녀였습니다(AJ 1.§213-217). 이삭이 자라자 이제 가장 극적인 순간이 옵니다. 하나님이 명하셨습니다 — "네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모리아 산으로 데려가 번제로 바쳐라." 이것이 아케다(묶음, Akedah)입니다(AJ 1.§222-236).
요세푸스는 이때 이삭의 나이를 25세로 명시합니다 — 성경엔 나이가 없는데 그가 추정한 것입니다(AJ 1.§227). 즉 이삭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자기 의지로 응한 청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거습니다. 그는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도 감동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제단을 쌓은 뒤 이삭이 묻습니다 — "아버지, 제단과 나무는 있는데 제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브라함이 답합니다 — "아들아, 하나님이 친히 제물을 정하셨다. 그 제물은 너 자신이다." 이삭은 도망치지 않고 답합니다 — "아버지의 손으로 죽는 것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죽는 것보다 영광이며, 하나님이 이렇게 원하신다면 거역할 이유가 없습니다"(AJ 1.§230-232). 이삭의 자발적 동의가 아브라함의 시험과 같은 무게를 갖게 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칼을 들었을 때 천사가 외쳤습니다 — "멈추라! 이제 내가 네가 하나님을 경외함을 안다." 가까운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이 이삭 대신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그 산은 후일 솔로몬이 성전을 짓는 모리아 산이 됩니다.
이후 사라가 127세에 죽자 아브라함은 헷 사람들에게 막벨라 동굴을 사서 매장했는데, 이것이 그가 가나안 땅에 합법적으로 소유한 첫 자산이었습니다(AJ 1.§237). 그는 늙은 종 엘리에셀을 하란으로 보내 이삭의 신부를 찾게 했고, 우물가에서 낙타 열 마리에게도 물을 길어 준 처녀 리브가가 자원하여 이삭과 결혼했습니다(AJ 1.§242-256). 아브라함은 175세에 사라 옆 막벨라 동굴에 묻혔습니다(AJ 1.§256). 평생 가나안 땅을 약속받았으나 실제 소유한 것은 동굴 무덤 하나뿐 — 그러나 그 후손이 약속을 이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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