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이야기는 성경 출애굽기로만 전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1세기 유대 역사가 한 사람이 그리스-로마 독자를 위해 같은 사건을 다시 풀어 쓴 판본이 따로 있습니다. 요세푸스(Josephus), 제사장 가문 출신으로 유대 전쟁기에 로마로 넘어가 그리스어로 유대 민족사를 집필한 인물입니다.
그의 『유대고대사』(Antiquitates Judaicae) 3권은 열 재앙과 홍해 도하, 광야의 만나, 시내산 율법, 그리고 성막 건설까지를 다룹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단순히 이야기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회의적인 그리스 독자를 정면으로 의식하며 "믿든 안 믿든 그건 당신 자유"라고 덧붙이거나, 만나를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거나, 율법의 합리성을 변호한다는 점입니다. 성경의 서사를 헬레니즘 세계의 언어로 번역해 낸, 일종의 고대 변증서인 셈입니다.
열 재앙과 유월절의 어원
요세푸스의 출애굽은 사실 3권이 아니라 2권 말미에서 시작됩니다. 모세가 호렙산 가시덤불에서 부름을 받고 형 아론과 함께 이집트로 돌아와 파라오 앞에 섭니다. 파라오가 거부하자 재앙이 쏟아졌습니다. 나일강이 피로 변해 물고기가 떠올랐고, 개구리가 궁전 침실까지 뒤덮었으며, 이와 파리 떼가 사람과 짐승을 괴롭혔습니다. 가축이 역병으로 죽고, 종기와 우박과 메뚜기가 잇따랐고, 사흘간의 흑암이 이집트를 삼켜 "사람이 서로를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요세푸스는 적습니다(AJ 2.§293-314).
열 번째 재앙, 곧 모든 맏아들의 죽음 앞에서 이스라엘은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라 살아남았습니다. 요세푸스는 이 축제를 파스카(유월절)라 부르며, 그 이름이 "넘어감"을 뜻하고 "이집트인이 고통받을 때 하나님이 히브리인을 넘어가셨기에" 그렇게 부른다고 어원을 풀어줍니다(AJ 2.§313-315). 성경 독자에겐 익숙한 절기를, 그리스 독자에겐 낯선 외국 풍습의 어원으로 설명한 대목입니다.
파라오가 항복하자 성인 남자 60만 명이 가족과 가축, 재물과 함께 이집트를 떠났습니다(AJ 2.§317). 여기서 요세푸스는 변증가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 이집트 역사가 마네톤이 기록한 "목자 왕들(힉소스)"이 사실은 이스라엘이었다고 해석하며, 그들의 출애굽이 "트로이 전쟁보다 393년 앞선다"고 주장합니다(AJ 2.§318). 유대 민족의 까마득한 고대성을 그리스 연대기에 끼워 맞춰 증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홍해, 그리고 회의주의자를 향한 변명
파라오는 곧 마음을 바꿔 600대의 정예 전차와 5만 기병, 20만 보병으로 추격에 나섰습니다(AJ 2.§324). 앞은 바다, 뒤는 군대. 백성이 모세를 원망하자 모세가 기도하고 지팡이로 바다를 쳤고, 동풍이 밤새 불어 바다가 갈라졌습니다. 이스라엘은 마른 땅을 건넜고, 뒤따르던 이집트 군대는 물이 다시 덮쳐 파라오까지 함께 수장됐습니다(AJ 2.§343-344).
이 대목에서 요세푸스가 남긴 주석이 인상적입니다. "이 모든 사건을 믿든 믿지 않든 각자의 자유다. 나는 고대 기록에서 발견한 대로 전할 뿐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팜필리아 바다에서 파도가 갈라져 군대가 건넌 일도 있지 않은가? 하나님이 이를 행하실 때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AJ 2.§347-348). 기적을 부정하지도, 맹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그리스 독자에게 익숙한 알렉산드로스 일화를 끌어와 평행을 제시하는 — 지극히 솔직하고 영리한 변증입니다.
광야의 만나,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기
광야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마라의 쓴 물에 이르자 모세가 나무 조각을 던져 단 물로 바꾸었고, 신 광야에서는 만나가 내렸습니다(AJ 3.§1-32). 요세푸스는 만나를 "꿀 같은 이슬이 이른 아침 땅에 내려 굳어지는 것"이라 묘사하면서, "우리 시대에도 아라비아의 그 지역에서 같은 것이 여전히 난다"고 덧붙입니다(AJ 3.§31). 이방 독자에게 만나가 자연적으로도 확인 가능한 현상임을 보여주려는 주석입니다 — 기적과 자연을 굳이 갈라놓지 않는 그의 특유의 태도가 또 드러납니다.
르비딤에서는 아말렉이 습격했고, 여기서 여호수아가 처음으로 군대를 이끌었습니다. 모세가 산 위에서 손을 드는 동안 이스라엘이 우세했다는 그 장면입니다. 한 세대 뒤 가나안 정복을 이끌 후계자가 처음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시내산 — 직접 인용하지 않은 십계명
시내산에 도착했습니다. 요세푸스는 이 산을 "그 높이와 가파른 절벽 때문에 사람이 올라갈 수 없고, 하나님이 거하신다는 소문 때문에 다가가기조차 두려운 곳"이라 기록합니다(AJ 3.§76). 모세만 홀로 40일간 올라가 율법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 하나. 요세푸스는 십계명의 본문을 글자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나는 말씀의 정확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니, 그 의미만 제시하겠다"고 밝힌 뒤 간접 인용 형식으로 열 가지를 요약합니다(AJ 3.§89-94). 율법의 신성함을 함부로 인용하지 않으려는 경건한 조심성인데, 동시에 그리스 독자에게는 유대 율법의 합리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거룩함을 지키면서도 외부인을 설득하려는 이중의 줄타기입니다.
성막 — 우주를 담은 천막
3권 후반부의 백미는 성막입니다. 30큐빗 길이에 10큐빗 너비의 이동식 성소로, 훗날 예루살렘 성전의 원형이 되는 구조물입니다. 요세푸스는 성막과 대제사장 의복을 아주 상세히 해설하는데, 단순 묘사가 아니라 상징을 읽어냅니다. 네 가지 색(흰색·홍색·자색·푸른색)은 네 원소를, 에봇의 12보석은 12달 또는 12지파를, 대제사장 머리의 금관은 하나님의 빛을 상징한다고 풀이합니다(AJ 3.§179-187).
이런 알레고리적 해석은 알렉산드리아의 유대 철학자 필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학자들은 봅니다. 유대교의 제의를 우주적 질서의 표현으로 읽어내, 그리스 철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가도록 한 거습니다. 아론이 최초의 대제사장으로 기름부음을 받고 그의 네 아들이 제사장으로 임명되면서(AJ 3.§188-192), 이스라엘의 제사 제도가 비로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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