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편에서 헤롯이 권력을 다지는 과정을 봤습니다. 그 냉혹한 정치의 한복판에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 그가 누구보다 사랑했고, 동시에 끝내 죽음으로 몰아간 왕비 마리암네입니다.
요세푸스 15권의 이 대목은 고대 사료에서 보기 드물 만큼 심리적입니다. 사랑과 의심, 소유욕과 자존심, 모함과 후회가 한 부부를 어떻게 파국으로 끌고 가는지를 거의 비극 희곡처럼 그립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는 이야기, 그리고 그 상실 앞에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모순
요세푸스는 이 결혼의 모순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그가 그녀를 격정적으로 사랑한 것은 모든 왕 중에 유래가 없었고, 그녀는 훌륭한 아내였으되 한 가지 결점이 있었으니 말에 통제가 부족한 것이었다. 왕족의 자부심 때문에 그에게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AJ 15.§218-219).
여기엔 신분의 긴장이 깔려 있었습니다. 마리암네는 유서 깊은 하스몬 왕가의 공주였고, 헤롯은 한 세대 전 강제 개종한 이두매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마리암네는 그 격차를 잊지 않았고, 헤롯은 그녀의 자부심을 사랑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을 향한 경멸을 읽었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의심도 깊어진 것입니다.
두 번 누설된 비밀
헤롯에겐 섬뜩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안토니우스에게 소환될 때마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마리암네를 죽이라는 비밀 명령을 남긴 겁니다.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느니 죽음에 함께 데려가겠다는 광기였습니다(AJ 15.§65-66).
첫 번째는 삼촌 겸 매제 요셉에게 맡겼는데, 요셉이 마리암네를 안심시키려다 "왕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면 죽음에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겠소"라며 비밀을 흘렸습니다. 돌아온 헤롯은 마리암네의 태도에서 비밀이 새어나간 걸 눈치챘고, "비밀을 알았다면 요셉과 간통한 게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누이 살로메 — 요셉의 아내 — 가 이 의심을 부추겼고, 요셉은 재판 없이 처형됐습니다(AJ 15.§80-87).
두 번째도 똑같았습니다. 악티움 해전 후 헤롯이 옥타비아누스를 만나러 갈 때, 이번엔 총독 소이무스에게 같은 명령을 맡겼는데 그 역시 발설하고 말았습니다(AJ 15.§185, §202-203). 마리암네는 헤롯의 "사랑"이 사실은 병적 소유욕임을 두 번째로 확인합니다. 부부 관계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녀는 공공연히 냉담했고, 헤롯이 어머니와 형제에게 한 일을 면전에서 책망했습니다. 헤롯은 그 냉담함을 배신의 증거로 해석했습니다.
살로메의 모함
누이 살로메가 최후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하스몬 출신 올케를 미워했습니다 — 마리암네가 평소 살로메와 그 어머니를 "이두매의 미천한 가문"이라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살로메는 헤롯의 술잔 시종에게 뇌물을 주어, "마리암네가 왕을 독살할 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거짓 증언하게 했습니다(AJ 15.§218-222).
요세푸스는 이 순간의 헤롯을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사랑과 증오가 번갈아 교차하며 마음이 찢어졌다. 사랑 때문에 그녀를 처벌하기 싫었고, 증오 때문에 그녀를 놓아둘 수 없었다"(AJ 15.§218). 모함은 진실이 아니어도, 이미 무너진 신뢰 위에서는 충분히 치명적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배신, 왕비의 품위
마리암네가 반역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AJ 15.§222-231). 헤롯이 직접 검사 역할을 했지만, 요세푸스에 따르면 "독살 계획"을 뒷받침할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그런데도 재판관들은 헤롯의 눈치를 보며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가장 추한 장면은 어머니 알렉산드라에게서 나왔습니다. 평생 사위와 싸워온 그녀가, 자기 목숨을 보전하려고 법정 한복판에서 딸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며 "이 배은망덕한 자식아, 남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벌받아 마땅하다"고 외쳤습니다(AJ 15.§232). 요세푸스는 이를 "모두가 혐오감에 고개를 돌린 추한 연극"이라 적습니다.
하지만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마리암네는 달랐습니다.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어머니의 배신 앞에서도 한마디 반박 없이, 눈물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왕족의 고귀함이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났다. 사형장으로 가는 길 내내 침착했고, 구경꾼들은 그 품위에 감탄했다"(AJ 15.§232-236). 세상 모든 것이 그녀를 배신했어도, 그녀 자신만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것입니다.
상실의 노예가 된 왕
처형 직후 헤롯은 미칠 듯한 후회에 빠졌습니다. 요세푸스의 묘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심리적입니다. "그는 이제 왕이 아니라 상실의 노예였다. 광기에 사로잡혀 궁전을 헤매며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하인들에게 '마리암네를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 그녀가 아직 살아 있기라도 한 듯이. 좋아하던 모든 오락을 포기했고, 식사도 거부했으며, 국정에서 물러났다"(AJ 15.§240-246).
그는 사마리아로 피신해 사냥과 술로 잊으려 했지만, 오히려 심한 열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습니다. "어떤 치료도 듣지 않았고,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 슬픔이 몸을 파괴한 것이다"(AJ 15.§247). 그 혼란을 틈타 장모 알렉산드라가 예루살렘 요새를 장악하려 했지만, 회복한 헤롯이 곧바로 그녀를 처형했습니다 — 딸의 처형에 가담한 지 몇 달 만입니다. 요세푸스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자는 없었다"고 냉담하게 적습니다(AJ 15.§251-252).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리암네가 남긴 두 아들 알렉산더와 아리스토불루스도 결국 10년 뒤 아버지의 의심 속에 반역 혐의로 처형됩니다. 어머니의 운명이 아들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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