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대 도시에는 왕이 한 명, 혹은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 스파르타(Sparta)에는 늘 왕이 둘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왕가에서 한 명씩, 두 왕이 동시에 다스렸어요. 한 사람이 폭주하면 다른 사람이 멈춰 세우라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보기 드문 권력 분할 장치였습니다.
기원전 491년, 이 독특한 제도가 가장 극적으로 작동했어요. 한 왕의 군사 개입을 다른 왕이 법으로 가로막은 거예요. 그런데 이 제동이 그저 정치 다툼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이어진 건 매수된 신탁, 폐위된 왕의 망명, 그리고 남은 왕이 자기 칼로 자기 몸을 발끝부터 배까지 갈라 죽는 끔찍한 최후였어요. 헤로도토스(Herodotus)가 마라톤 전투를 이야기하기 직전에 굳이 이 스파르타 내부 드라마를 길게 풀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을 속인 자는 결국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죠.
흙과 물을 바쳐라
기원전 491년 봄,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Darius)의 사절들이 그리스 전역을 돌며 한 문장을 반복했어요 — "흙과 물을 바쳐라." 페르시아에 복속하라는 의례적 요구였습니다. 아테네는 사절을 구덩이에 던졌고, 스파르타는 우물에 던지며 "흙과 물을 거기서 직접 가져가라"고 답했어요(Hdt 6.48).
그런데 아테네 코앞의 섬 아이기나(Aegina)는 계산을 달리했습니다. 아테네가 페르시아에 진다면 자기들도 함께 무너질 테고, 차라리 먼저 복속해 두면 아테네가 침공당해도 자기들은 안전하리라고 본 거예요. 아이기나는 사절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아테네 바다의 코앞에 페르시아의 그림자가 하나 박힌 셈이었어요(Hdt 6.49).
스파르타의 아기아드(Agiad) 왕 클레오메네스(Cleomenes)는 아테네의 호소를 듣자 단독으로 원정대를 꾸려 아이기나로 건너갔어요. 친페르시아파 귀족들을 붙잡아 아테네에 인질로 맡길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섬에 닿은 순간, 스파르타의 또 다른 왕 — 에우리폰티드(Eurypontid) 왕가의 데마라토스(Demaratos) — 가 뒤따라 와서 그 개입을 법적으로 중단시켰어요. 두 왕 중 한 명의 단독 행동으로 도시의 이름을 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Hdt 6.50–51). 이중 왕정의 균형추가 작동한 순간이었어요. 한 왕의 열의가 다른 왕의 제동에 부딪혔고, 아이기나 귀족들은 풀려났습니다.
사십 년 전의 농담 한마디
빈손으로 돌아온 클레오메네스의 분노는 아이기나에 머물지 않았어요. 그는 데마라토스를 아예 왕좌에서 끌어내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기는 법보다 오래된 것이었어요 — 출생 의혹이었습니다.
데마라토스의 아버지 아리스톤(Ariston) 왕은 세 번째 아내에게서 아들 하나를 얻었어요. 그런데 아리스톤이 그 갓난아이 소식을 듣고 장로들 앞에서 이런 말을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 "아직 내 아이가 태어날 시간이 아닌데"(Hdt 6.63). 칠 개월 만의 출생은 그리스인들에게 자주 의심을 샀어요. 농담 같던 이 한마디가, 사십 년이 지나 칼이 되어 돌아온 거예요.
클레오메네스는 데마라토스의 사촌 레오티키데스(Leotychides)와 손을 잡았습니다. 레오티키데스는 왕위를 탐냈지만 데마라토스가 자리를 지키는 한 가까이 갈 수 없었어요. 두 사람이 원로원 앞에서 데마라토스의 출생을 공격했지만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결정적 판정은 단 한 곳에서 나와야 했어요 — 델포이(Delphoi)였습니다.
매수된 신녀의 입
클레오메네스에게는 델포이의 코본(Cobon)이라는 끈이 있었어요. 코본은 당시 신녀 페리알로스(Periallos)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은화 자루가 건네졌고, 설득이 오갔어요. 코본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 클레오메네스가 스파르타의 실질적 권력자이니, 거절하면 신녀 자리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었어요. 몇 주 뒤 페리알로스가 동의했습니다.
스파르타 사절이 공식 질문을 들고 델포이에 도착했어요. 페리알로스가 삼각대 위에 앉았고, 월계수 잎이 태워져 연기가 그녀를 감쌌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어야 했어요 — 아폴론의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말했어요 —
"데마라토스는 아리스톤의 친자가 아니다"(Hdt 6.66).
헤로도토스는 이 대목에서 평소보다 훨씬 단호하게 판단을 덧붙입니다. 델포이의 신녀를 매수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신성모독이었어요. 스파르타는 신탁을 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데마라토스는 왕위에서 내려왔고, 레오티키데스가 그 자리에 앉았어요.
폐위된 전 왕은 한동안 평범한 직책에 머물렀습니다. 어느 축제에서 그가 행사를 주관할 때, 새 왕 레오티키데스가 조롱하듯 사람을 보내 "폐위된 자여, 지금 기분이 어떤가"라고 물었어요. 데마라토스는 답했습니다 — "너희 둘이 스파르타에 가져올 재앙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답했다는 것을 증인 삼으라"(Hdt 6.67). 그날 그는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깊이 껴안은 뒤 아시아로 떠났어요. 페르시아 왕이 그를 궁정에 맞아들이고 도시와 땅을 내주었습니다. 스파르타에서 닫힌 그의 이야기는, 머지않아 다른 궁정에서 다시 열리게 됩니다.
발끝부터 갈라진 왕
그러나 델포이 매수가 영원히 묻힐 수는 없었어요. 스캔들이 새어 나갔습니다. 페리알로스는 신녀 직에서 쫓겨났고, 코본도 델포이를 떠나야 했어요. 화살은 당연히 클레오메네스를 향했습니다. 그는 스파르타를 빠져나가 테살리아(Thessaly)로, 다음엔 아르카디아(Arcadia)로 도주하며 반(反)스파르타 연합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는 그를 다시 불러들여 왕위를 복원해 주었습니다(Hdt 6.74).
그런데 돌아온 클레오메네스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시민들이 인사하면 답하지 않거나 지팡이로 그들의 얼굴을 후려쳤고, 때로는 침을 뱉었습니다. 눈은 한 점에 머물지 못하고 흔들렸어요. 측근들은 왕을 방치하면 도시 전체가 위험하다고 보고, 그를 방 한구석에 묶어 두고 노예 한 명에게 감시를 맡겼습니다.
그날 늦은 오후, 감시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어요. 혼자 남은 클레오메네스가 끈에서 한 팔을 빼냈습니다. 그는 벽에 기댄 감시자의 칼을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자기 정강이부터 베기 시작했습니다.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지만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칼은 종아리로, 허벅지로, 엉덩이로 올라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칼날을 배에 대고 눌렀어요. 감시자가 돌아왔을 때 클레오메네스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Hdt 6.75).
신들은 잊지 않는다
스파르타인들은 이 광기의 이유를 어떻게든 설명하려 했어요. 가장 흔한 설명은, 그가 스키타이 사절들과 어울리며 그리스 방식과 달리 포도주를 물에 타지 않고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이었습니다(Hdt 6.84). 그러나 아르고스인들은 다른 이유를 댔어요 — 일찍이 클레오메네스가 신성한 숲에 피신한 사람들을 불태워 죽인 적이 있고, 무엇보다 델포이의 신녀를 매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두 설명을 나란히 적되, 작은 목소리로 자기 판단을 덧붙여요 — 아마도 아르고스인들이 옳을 것이라고(Hdt 6.75, 6.84). 매수된 신탁이, 매수한 왕의 갈라진 배를 통해 대가를 청구한 셈입니다.
같은 해에 스파르타의 두 왕좌가 함께 비었어요. 한 왕은 망명길 위에 있었고, 다른 왕은 내장을 쏟으며 사라졌습니다. 한 자리는 새 왕 레오티키데스가, 다른 자리는 클레오메네스의 이복동생이 채웠어요. 그 이복동생의 이름이 바로 레오니다스(Leonidas)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한때 클레오메네스 곁에서 청동 지도를 든 밀레투스 사절을 돌려보냈던 어린 소녀 고르고(Gorgo)였어요. 십 년 뒤 테르모필레에서 다시 불릴 두 이름이, 이렇게 빈 왕좌 곁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스파르타의 이 독특한 이중 왕정은, 한 사람의 폭주를 다른 사람이 막도록 설계된 정교한 균형 장치였어요. 그러나 그 균형을 신을 속이는 방법으로 무너뜨렸을 때, 깨진 것은 한 왕의 운명만이 아니라 그 왕 자신의 정신이었습니다. 한편 아테네는 바다 건너의 그림자를 점점 또렷이 느끼고 있었어요. 아시아 해안에서는 새 함대가 페르시아 항구에 모이고 있었습니다. 마라톤(Marathon) 평야는 아직 조용했어요. 그러나 그 평야의 이름이 다음 이야기의 제목이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 마라톤의 기적에서 이어집니다.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