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4년 9월, 로마 원로원에서 한 노인이 일어나 "나는 이 짐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가 말을 마쳤을 때, 그는 이미 제국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맡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맡은 거예요.
분노도 편애도 없이 — 의심을 가르치는 첫 문장
타키투스는 『연대기』를 펼치는 첫 문장에서 독자와 계약 한 줄을 적어요. 공화정의 기억과 1인 지배의 현실 사이에 자기 자리를 정확히 표시한 다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세 단어로 선언합니다 — sine ira et studio, "분노도 편애도 없이"(Ann. 1.1). 살아 있는 권력자 앞에서는 아첨으로, 죽은 권력자 앞에서는 증오로 왜곡했던 이전 사가들과 다르게 쓰겠다는 약속이에요.
그런데 바로 그 원칙이 책의 문을 여는 순간, 타키투스는 독자에게 묘한 것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분노와 편애의 배제는 단순한 중립이 아니에요.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공식 서사와, 그 아래 흐르는 또 다른 서사를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선언입니다. 『연대기』는 그렇게 이중 시선 위에서 시작해요. 표면의 평온을 읽을 때마다 그 아래의 가능성을 함께 읽도록, 독자의 의심이 훈련됩니다.
놀라의 임종, 그리고 미리 바른 독
서기 14년 8월 19일, 캄파니아의 작은 도시 놀라(Nola)에서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76세로 숨을 거둬요. 공교롭게도 그의 아버지 옥타비우스가 수십 년 전 죽었던 바로 그 방이었습니다. 임종 자리에는 아내 리비아(Livia, 71세)와 티베리우스가 있었다고 — 적어도 공식 기록은 그렇게 전합니다. 벨레이우스는 티베리우스가 임종을 지켰다고 단언하고(Velleius 2.123), 수에토니우스는 입에서 입으로 받은 마지막 숨결을 그려요(Suet. Aug. 99).
그러나 타키투스는 1.5에서 다른 층을 겹쳐 놓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죽기 직전, 유배지 플라나시아의 외손자 아그리파 포스투무스(Agrippa Postumus)에게 호의를 되찾아 몰래 다녀오려 했다는 이야기. 그것을 알아챈 리비아가 아들의 계승이 위협받을까 두려워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리비아가 나무에서 무화과를 따는 척하며, 미리 독을 바른 열매를 남편에게 건넸다는 이야기까지요. 타키투스는 이 음모론을 "어떤 이들이 믿었다"(quidam crediderant)로 감싸며 확실한 증거가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그러면서도 씨앗은 뿌려요. 이후 독자는 평온한 임종 장면을 읽을 때마다, 그 평온 아래 미리 발린 독의 가능성을 함께 읽게 됩니다. 그리고 놀라에서 로마로 가는 소식은 곧장 전해지지 않아요. 사자(使者)가 지연됩니다. 그 며칠 동안 무엇이 정리되는지를, 타키투스는 다음 장에 적어요.
명령자 없는 살인
소식이 늦어지는 그 며칠 사이, 유배지 플라나시아 섬에 한 백부장이 도착했어요. 그는 아그리파 포스투무스 — 26세, 아우구스투스의 외손자이자 법적 양자, 티베리우스의 유일한 혈연 경쟁자 — 를 베어 죽입니다. 명령서는 없었어요. 아니, 없었던 것처럼 처리됐습니다.
타키투스는 1.6에서 명령자의 가능성을 넷으로 늘어놓아요. 리비아일 수도 있습니다 — 아들의 계승을 완성하려고. 티베리우스일 수도 있어요 — 자기 안전을 위해. 죽기 전의 아우구스투스일 수도 있고 — 유언을 통한 사전 제거 — 근위대 장관 살루스티우스 크리스푸스(Sallustius Crispus)의 단독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네 인물을 차례로 제시한 뒤 그는 결론짓습니다 — "그 비밀은 알려지지 않았다"(Ann. 1.6).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가문의 첫 살인이 명령자 없는 살인으로 기록된 거예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진실은 독자의 의심에 맡기는 것 — 이것이 『연대기』 전체를 관통할 타키투스 서술 기법의 원형입니다. 티베리우스는 이 사건을 "아우구스투스의 유언에 따른 처리"라며 원로원에 떠넘기고, 원로원은 그것을 받아들여요. 아우구스투스 혈통의 마지막 남성 직계가 사라졌고, 누구도 명령하지 않은 살해가 완결됩니다.
"어느 부분을 맡고 싶으신 겁니까?"
서기 14년 9월, 원로원 특별 회의가 열려요. 티베리우스(55세)가 공식적으로 황제직을 수락해야 할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는 수락하지 않아요 — 정확히 말하면, 수락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는 일어서서 연설해요. 아우구스투스가 졌던 짐은 한 인간이 감당할 무게가 아니다, 자신은 그 자격이 없다, 국가는 여러 사람이 함께 운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찾으라. 타키투스는 이 화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 suspensa semper et obscura verba, "항상 보류되고 모호한 말들"(Ann. 1.4). 이후 22년간 『연대기』 전체를 관통할 해석 프레임이에요.
원로원 의원들은 즉시 비굴한 아첨(adulatio)으로 반응합니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됩니다, 아우구스투스가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국가는 당신 없이 혼란에 빠집니다. 티베리우스는 한 걸음 물러서요 — 일부분만 맡겠다, 완전한 황제직은 거부한다, 어떤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좋다. 여기서 연극의 논리가 무너집니다. 황제직의 "일부분"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권력이거나 아무 권력도 아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원로원의 아무도 그 말을 하지 않아요.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 일어섭니다. 갈루스 아시니우스 폴리오(Gallus Asinius Pollio). 그가 물어요 — quam partem rei publicae mandari tibi velis?, "그러니까, 국가의 어느 부분을 맡고 싶으신 겁니까?"(Ann. 1.12). 그 질문이 방 안의 공기를 잘라냅니다. 티베리우스의 연기가 그 한 줄에 베여요. "일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으려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타키투스가 기록합니다 — 예기치 못한 질문에 충격받은 그는 잠시 침묵했다고요. 침묵,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표면적인 답변, 그리고 그 답변 밑에서 자라기 시작한 평생 가는 원한. 다른 의원들은 연극에 맞춰 줬고, 갈루스 한 사람만 대본 밖에서 말했어요. 그 순간 이후로 그는 황제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독자는 곧 알게 돼요 — 서기 33년, Ann. 6.23에서 갈루스가 기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요. 한 번의 솔직한 질문이 19년의 지연 이자를 붙여 되돌아옵니다.
모든 것을 넘어선 사람 — 양가의 부음
원로원이 산회하기 전, 타키투스는 장면을 한 번 넓게 빼서 Ann. 1.9에 아우구스투스의 부음을 배치해요. 한 인간의 생애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 omnia excesserat, "그는 모든 것을 넘어서 버렸다". 표면적으로는 최상급의 찬사예요. 모든 이전 통치자를, 모든 선례를, 모든 기대를 초월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라틴어의 excedere는 칭찬에만 쓰이는 동사가 아닙니다. 경계를 넘어서다, 적절성을 초월하다 — 그것도 이 동사의 뜻이에요. 아우구스투스는 정말로 모든 것을 넘어선 걸까요, 아니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선 걸까요. 타키투스는 결정하지 않아요. 두 해석을 동시에 유지합니다. 갈바의 부음이 반어(capax imperii nisi imperasset — "다스리지 않았더라면 다스릴 만한 인물이었다")였다면, 아우구스투스의 부음은 양가예요. 이 네 글자에 제국의 설립자가 통째로 접혀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키투스는 장면을 닫지 않고 열어둔 채 1.14–1.15로 넘어가요. 티베리우스는 "부분적으로" 황제직을 수락한 형식을 유지하고, 원로원은 그 형식을 받아들입니다. 리비아에게는 아우구스타(Augusta) 칭호가 주어져요. 티베리우스의 이름이 공식 칙령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로마의 어떤 집에서도, 어떤 신전에서도, 새 황제가 즉위한 순간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어요. 연출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황제는 맡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맡았고, 원로원은 맡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맡겼어요. 아무도 "오늘부터 티베리우스가 황제"라고 외치지 않았지만, 오늘부터 티베리우스가 황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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