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이가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궁정으로 들어섰어요. 외할아버지가 다스리던 메디아의 왕궁이었죠. 흥미로운 건, 그리스의 크세노폰(Xenophon)이 『키루스의 교육』(Cyropaedia)에 그린 이 소년의 어린 시절이, 같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그린 키루스의 어린 시절과 정반대라는 점이에요. 한쪽은 사랑받은 왕손, 다른 쪽은 버려진 아이입니다. 같은 인물에게 두 그리스인이 전혀 다른 유년을 입힌 거예요.
빵 한 조각으로 자란 아이
페르시아에서 절제는 미덕이 아니라 공기였어요. 따로 가르칠 것도, 자랑할 것도 아닌 — 그저 페르시아 사람이 숨 쉬는 방식이었습니다(Cyr. 1.3). 열두 살의 키루스도 그렇게 자랐어요. 굶주림이 가장 좋은 양념이라고 배웠고, 한 가지 음식에 만족할 줄 알았죠.
그런 그가 어머니 만다네를 따라 외할아버지의 나라로 떠났어요. 만다네는 메디아 왕 아스티아게스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키루스의 몸에는 페르시아 부계와 메디아 모계가 한데 흘렀던 거예요. 외할아버지가 손자를 보고 싶어 했고, 소년은 검소한 안샨의 흙길을 떠나 처음으로 엑바타나의 성문을 지났습니다.
문 안의 세계는 그가 아는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았어요. 기둥마다 금이 입혀져 있었고, 사람들의 옷은 자줏빛으로 물들었으며, 소맷자락은 발끝까지 흘러내렸죠. 남자들이 눈가에 먹을 칠하고 뺨에 분을 발랐고, 머리에는 본래 제 것이 아닌 머리채를 덧대고 있었어요. 페르시아에서라면 한 사내가 평생 만져 보지 못할 황금이, 이곳에서는 술잔 손잡이에, 신발 죔쇠에, 말의 재갈에까지 매달려 있었습니다. 키루스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어요.
식탁에서 받은 진짜 시험
외할아버지 아스티아게스는 손자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어요. 그는 소박한 페르시아 옷차림의 아이에게 메디아의 화려한 겉옷을 입히고, 목걸이와 팔찌를 둘러 주고, 곁에 두어 어디든 데리고 다녔습니다(Cyr. 1.3). 키루스는 그 정성을 거절하지 않았어요.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물리치는 건 절제가 아니라 무례라는 걸, 그 어린 나이에도 알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옷을 입은 자기 모습에 취하지는 않았어요.
진짜 시험은 식탁에서 왔습니다. 메디아의 만찬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광경이었어요. 한 사람 앞에 수십 가지 요리가 차려졌죠 — 고기와 새와 생선이 온갖 양념에 절여지고 구워지고 졸여져 끝없이 날라져 왔어요. 아스티아게스는 손자를 즐겁게 해 주려고 이 진미들을 자꾸 키루스 앞으로 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키루스는 그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외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음식을 잡수시려고 이 많은 접시와 양념에 손을 뻗으셔야 하니, 참 번거로우시겠어요." 소년의 눈에는 비웃음이 아니라 진심 어린 의아함이 담겨 있었어요(Cyr. 1.3).
아스티아게스가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페르시아의 식탁은 어떠하냐고. 키루스는 거침이 없었어요. 페르시아에서는 빵과 고기만으로 배를 채우는데 그게 훨씬 단순하고 곧장 목적에 닿는다고, 자기들은 굶주림이 가장 좋은 양념이라 배웠으니 이 모든 소스가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더니 자기 앞에 차려진 그 산더미 같은 요리를 — 한 점도 자기 것으로 삼지 않고 —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어요. 마치 작은 왕이 신하들에게 상을 내리듯, 소년은 진미를 하나씩 분배했습니다(Cyr. 1.3).
술 따르는 자를 흉내 낸 소년
아스티아게스가 물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술 따르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느냐고. 메디아 궁정에서 술 시중은 가장 영예로운 자리였습니다. 사카스라는 그 시종은 빼어난 솜씨로 잔을 받쳐 들고, 손가락 끝으로 우아하게 잔을 돌려 술을 따른 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무릎을 굽혀 잔을 바쳤죠.
키루스의 대답은 뜻밖이었어요. "사카스가 미워서가 아니에요. 그가 하는 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예요." 그러더니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카스가 술을 따를 때 짓는 그 거드름과 격식을 하나하나 흉내 내기 시작했어요 — 잔을 받쳐 드는 손짓, 손가락으로 잔을 빙그르르 돌리는 멋, 진지하게 굳힌 표정, 무릎을 굽히는 과장된 정중함까지요(Cyr. 1.3). 어린아이가 어른의 위엄을 너무도 똑같이 본떠 내자,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스티아게스는 배를 잡고 웃었어요.
웃음이 가라앉자 키루스가 진지하게 말을 맺었습니다. 술 따르는 자의 진짜 임무는 따로 있다고요. 메디아에서는 술 시중이 임금의 잔에 먼저 입을 대어 독이 없음을 확인하는 법인데 — "사카스는 그 임무를 잊은 모양이에요. 만약 제가 술을 따른다면, 저는 손가락 재주를 부리는 대신 그 술을 먼저 마셔서 안전한지부터 확인하겠어요." 좌중은 다시 웃었지만, 아스티아게스의 가슴 한구석에는 다른 것이 남았어요. 이 아이는 화려함을 흉내 낼 줄 알면서도 그것에 홀리지 않았고, 격식 너머에 있는 진짜 쓸모를 꿰뚫어 보았던 거예요.
말과 사냥, 그리고 떠남
날이 갈수록 키루스는 메디아의 모든 것을 익혔어요. 그러나 그가 가장 사랑한 건 자줏빛 옷도, 황금 잔도 아니었습니다. 말이었어요.
페르시아 땅은 산이 많아 말을 기르기에 마땅치 않았고, 그래서 페르시아인은 본래 두 발로 싸우는 사람들이었어요. 키루스는 안샨에서 말 탄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메디아에서는 귀족이라면 누구나 말 위에서 살았습니다. 소년은 말에 푹 빠졌어요. 종일 말 위에서 보냈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다시 올라탔죠. 머지않아 또래 메디아 소년들 가운데서도 가장 날렵한 기수가 되었어요(Cyr. 1.4).
그러다 사냥이 그를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외할아버지가 가둬 기르는 짐승을 동산에서 쫓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우리에 갇힌 짐승은 곧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어요. 키루스는 진짜 산으로, 들짐승이 사는 곳으로 나가게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스티아게스는 손자가 다칠까 두려웠으나 끝내 그 간청을 이기지 못했고, 믿을 만한 어른들을 딸려 험한 짐승이 없는 길로만 가도록 단단히 일러 손자를 내보냈어요(Cyr. 1.4). 그날 키루스는 사슴을 쫓다 곰과 마주쳤고, 어른들이 말릴 새도 없이 짐승에게 달려들어 거꾸러뜨렸습니다. 그리고 사냥에서 얻은 고기를 친구들과 시종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가진 것을 흩어 베푸는 그 손은, 술자리 첫날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죠.
그렇게 메디아의 소년기가 흘렀어요. 화려한 옷과 황금과 끝없는 진미 한가운데서, 키루스는 즐겼으되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풍요의 한가운데서, 소년은 떠나기로 했어요. 어머니가 페르시아로 돌아갈 채비를 할 때 아스티아게스는 손자를 붙들고 싶어 했지만, 키루스는 아버지의 나라로, 페르시아의 검소한 흙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습니다(Cyr. 1.4). 황금이 그를 붙잡지 못했어요. 메디아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를 자기이게 한 그 절제의 땅이 황금보다 무거웠던 거예요.
두 그리스인이 그린 두 개의 유년
이것이 크세노폰이 그린 키루스의 소년기예요. 버려짐도, 손자를 죽이라 명하는 외할아버지도 없는 —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받은 왕손의, 결점 없는 절제의 성장담입니다.
그런데 같은 소년의 같은 메디아 궁정을, 헤로도토스는 전혀 다른 빛으로 그렸어요. 그쪽 이야기에서 아스티아게스는 손자를 총애하기는커녕, 딸의 자손이 자기 왕좌를 빼앗는다는 꿈에 사로잡혀 갓난 키루스를 산에 버려 죽이라 명한 폭군입니다. 양치기의 손에 살아남은 아이는 열 살이 되어서야, 또래와 벌인 '왕 놀이'에서 그 왕다운 풍채로 정체가 발각되죠(Hdt 1.108-122). 자애로운 외할아버지와 살해를 명하는 외할아버지, 사랑받은 왕손과 버려진 양치기의 아이 — 두 그리스 사가가 같은 키루스에게 정반대의 어린 시절을 입혔어요.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건, 크세노폰의 키루스는 처음부터 흠 없는 절제의 화신으로 빚어졌다는 점이에요. 그것은 한 인간의 기록이라기보다, 한 그리스인이 꿈꾼 '왕이 될 아이'의 초상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둘게요. 키루스라는 인물이 실재했고 페르시아 부계와 메디아 모계의 이중 혈통을 지녔다는 큰 틀은 헤로도토스와도 겹치는 역사적 핵이지만, 식탁 일화나 자애로운 외할아버지 같은 세부는 크세노폰의 교훈적 구성이에요. 사실과 교훈을 갈라 읽는 것 — 이상화된 정치소설을 읽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