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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다! 바다다! — 만 명이 봉우리 위에서 함께 운 순간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함성 중 하나가 기원전 400년 겨울, 한 눈 덮인 봉우리 위에서 터졌어요. "바다다! 바다다!" 그리스어로 Θάλαττα, θάλαττα. 만 명의 사내가 한꺼번에 같은 말을 외치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 함성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그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고용주는 전사...

2026년 5월 30일 크세노폰 『아나바시스』 읽기 조회 1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함성 중 하나가 기원전 400년 겨울, 한 눈 덮인 봉우리 위에서 터졌어요. "바다다! 바다다!" 그리스어로 Θάλαττα, θάλαττα. 만 명의 사내가 한꺼번에 같은 말을 외치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 함성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그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고용주는 전사했고, 장군들은 회담장에서 살해당했으며, 돌아갈 길은 적지로만 가로막힌 만 명의 그리스 용병 — 만인대(萬人隊)가 카르두코이의 화살과 아르메니아의 혹한을 뚫고 걸어온 끝에 본 것이 바로 그 바다였거든요.

이 한 편은 만인대가 산과 눈을 어떻게 넘었는지, 그리고 그 봉우리 위에서 터진 함성이 왜 단순한 환호 이상의 의미를 갖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누구의 용병도 아닌 군대

본 권의 만인대는 처음의 그들과 전혀 달랐어요. 그들을 고용했던 小키루스는 쿠낙사에서 죽었고, 장군들은 페르시아의 회담장에서 목이 잘렸습니다. 고용주도, 지휘부도, 돌아갈 길도 없이 적지 한복판에 버려진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기와, 바다로 돌아가겠다는 한 가지 뜻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장군을 뽑았습니다. 스파르타인 케이리소포스가 앞장서 길을 열었고, 아테네인 크세노폰(Xenophon)이 뒤에서 추격을 끊었어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 동의로만 움직이는 이상한 군대 — 그것이 티그리스 상류의 눈 덮인 산맥으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An. 4.1). 고용주의 죽음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정치적으로 자립시킨 거예요. 이제 그들은 누구의 도구도 아니라, 바다라는 종착점을 향해 스스로 결정하며 적대적 변경을 돌파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이레 동안 등을 물어뜯은 산

산은 카르두코이의 것이었어요. 페르시아 대왕의 군대조차 정벌하지 못했다는 호전적 부족이었습니다. 그들은 정면으로 회전(會戰)을 걸어오지 않았어요. 협곡 위 보이지 않는 고지에서 돌과 화살을 퍼붓고, 좁은 길목을 막고, 후위가 골짜기로 접어들 때를 기다렸다가 사라졌습니다.

이레 동안 카르두코이는 만인대의 등을 물어뜯었어요. 후위를 맡은 크세노폰은 밤마다 병사들을 우회시켜 적보다 먼저 봉우리를 차지했습니다 — 산에서는 높은 곳을 먼저 밟는 자가 이긴다는 것을, 그는 일곱 번의 새벽으로 배웠어요(An. 4.2). 막대한 피를 흘린 끝에야 그들은 켄트리테스 강에 닿았습니다. 강 건너는 아르메니아였어요.

뒤에는 카르두코이가, 앞 강안에는 아르메니아 기병이 막아선 협공이었습니다. 만인대는 얕은 여울을 찾아내, 선봉과 후위가 번갈아 엄호하며 물을 건넜어요(An. 4.3). 강을 넘자 페르시아 사트라프 티리바조스(Tiribazus)가 사절을 보내왔습니다. 영토를 해치지 않으면 길을 막지 않겠다는 휴전이었죠. 그러나 그는 협정을 맺은 그 손으로 뒤에 매복을 깔았어요. 회담을 미끼로 장군들을 베었던 그 페르시아였습니다 — 다만 이번엔 만인대가 먼저 알았어요. 그들은 티리바조스의 진영을 선제 기습해 보급을 빼앗고 빠져나왔습니다(An. 4.4).

사람이 아닌 진짜 적

그리고 진짜 적이 왔어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르메니아 고원의 눈은 사람 키를 넘겼어요. 카르두코이도 페르시아도 아닌, 인격 없는 혹한이 만인대에 가장 큰 손실을 입혔습니다(An. 4.5). 동상으로 발가락이 검게 죽어 떨어졌고, 끝없는 설원의 흰빛이 눈을 멀게 했어요. 굶주리고 지친 병사들이 눈 속에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 일어서기를 거부한 게 아니라, 일어설 힘이 남지 않은 것이었어요. 크세노폰은 후위를 돌며 쓰러진 자들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어떤 이는 살았고, 어떤 이는 그 자리에 묻혔어요.

마침내 그들은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이 땅 위에 없었어요. 입구가 우물처럼 땅으로 뚫려 있었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그 아래에 사람과 가축이 한 온기 속에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An. 4.5). 항아리에는 보리로 빚은 술이 그득했는데, 낟알이 술 위에 둥둥 떠 있어 그리스인들은 마실 줄을 몰랐어요.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갈대 빨대를 보여 주었습니다 — 그 대롱으로 빨아올리면 독하고 따뜻한 술이 얼었던 몸속을 데웠어요. 만인대는 그 지하의 온기 속에서 처음으로 죽지 않고 잠들었습니다. 이 지하 가옥과 빨대 보리술의 민속지적 묘사는, 직접 겪은 자만이 남길 수 있는 회고록 사료 가치의 정점이기도 해요. 한 촌장을 길잡이 겸 인질로 삼아, 그들은 다시 눈 위로 올라섰습니다.

"바다다!" — 봉우리 위의 함성

며칠 뒤, 그 어느 날의 일이에요. 선두 부대가 한 봉우리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의 이름은 테케스(Mt. Theches)였어요. 능선에 닿은 병사들의 입에서 갑자기 큰 함성이 터집니다(An. 4.7). 함성은 뒤로, 뒤로 번져 후위에까지 굴러 내려왔어요.

후위의 크세노폰은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적이다. 또 어디선가 카르두코이가, 아니면 새로운 부족이 선두를 덮친 것이다. 그는 곁의 기병들을 데리고 말 머리를 돌려 비탈을 거슬러 올랐어요. 함성은 가까워질수록 커졌습니다. 더 많은 입이, 더 큰 소리로 같은 말을 외치고 있었어요. 그가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그 외침은 마침내 또렷한 한 단어가 됐습니다. "바다다! 바다다!"

크세노폰이 봉우리 위에 섰어요. 그리고 봤습니다. 능선 너머, 하얀 산맥의 끝자락 저 멀리에, 잿빛으로 빛나는 흑해가 누워 있었어요. 적이 아니었습니다. 바다였어요. 그 순간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그 자리의 모든 그리스인이 한꺼번에 알았습니다. 바다는 그리스이고, 배이고, 폴리스이고, 신전이고,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쿠낙사의 패배도, 베어진 장군들도, 카르두코이의 화살도, 발가락을 앗아간 눈도 — 그 모든 고난이 향하던 단 하나의 끝이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병사들이 울었어요. 창을 짚고 선 채로, 무릎이 꺾인 채로 울었습니다. 서로를 끌어안았어요. 장교들도, 백인대장들도 울었습니다. 아무도 그러라고 명령하지 않았는데, 만 명이 같은 눈물을 흘렸어요(An. 4.7).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돌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발치의 돌과 바위를 모아 쌓아 올려, 봉우리 위에 돌무더기가 자라났어요 — 이 순간을, 바다를 처음 본 이 자리를 땅에 새기는 전승비였죠. 거기에 가죽과 지팡이와 노획한 방패를 얹고, 여기까지 길을 인도한 아르메니아 길잡이에게는 사례하여 선물을 들려 돌려보냈습니다.

적의 땅이 끝나고 동족이 손을 내밀다

산을 내려간 만인대는 흑해 남안의 그리스 식민시 트라페주스에 닿았어요(An. 4.8). 시노페가 세운 동족의 도시였습니다. 적의 변경만을 통과해 온 그들 앞에, 마침내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신을 섬기는 그리스인들이 손을 내밀었어요. 적대의 땅이 끝나고 우호의 세계가 시작되는 자리였습니다.

크세노폰은 약속을 지켰어요. 무사히 돌아오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서원했던 그는, 제우스 소테르와 헤라클레스에게 감사의 제사를 드리고 병사들을 위해 운동 경기를 열었습니다(An. 4.8). 달리기와 씨름과 권투가 산비탈에서 펼쳐졌어요 — 얼마 전까지 눈 속에서 죽어 가던 바로 그 사람들이요.

만인대의 귀환이 남긴 것

집은 아직 멀었어요. 흑해 연안을 따라 그리스 세계로 돌아가는 길에는 새로운 분열과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테케스 봉우리 위에서 만 명의 사내가 바다를 보고 울던 그 순간은, 이 긴 후퇴 전체에서 가장 빛나는 한 장면으로 남았어요.

이 장면이 세계사에서 갖는 무게를 한번 짚어 볼게요. 페르시아 제국의 심장부 깊숙이 들어갔던 그리스 용병 만 명이, 고용주와 지휘부를 모두 잃고도 스스로 조직을 유지한 채 적의 영토를 가로질러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습니다. 대왕의 군대조차 막지 못했다는 거예요. 훗날 알렉산드로스가 같은 페르시아를 향해 동방 원정을 떠날 때, 바로 이 만인대의 귀환이 "페르시아는 안에서부터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로 회자됐습니다. 한 무리의 용병이 우연히 남긴 후퇴의 기록이, 한 세대 뒤 제국의 운명을 바꾼 원정의 밑그림이 된 셈이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우리에게 전한 손길은, 분명 그 산정에 직접 서서 제 귀로 함성을 들은 한 아테네인의 것이었어요. "바다다!"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 다만 그 함성을 작품의 정점으로 빚어 우리에게 건넨 사람은, 그 자리에 있던 크세노폰이었습니다. 적지 한복판에 버려진 만 명이 끝내 바다에 닿았다는 이 이야기가, 이천 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 마침내 돌아온 사람들"의 원형으로 남은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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