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하루 배우고, 떠나는 곳
인문 · 고대사

바다에 닿았는데 왜 군대가 갈라졌을까 — 그리스 용병 1만 명의 흑해 정착 유혹

기원전 400년, 그리스 용병 1만 명이 마침내 바다에 닿았어요. 페르시아 깊은 곳에서 고용주를 잃고, 산을 넘고 눈밭을 건너 흑해까지 후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탈라타! 탈라타!"(바다다!) — 산정에서 그렇게 외치며 끌어안고 울었던 만 명이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바다가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발밑의 물은 분명 그...

2026년 5월 30일 크세노폰 『아나바시스』 읽기 조회 3

기원전 400년, 그리스 용병 1만 명이 마침내 바다에 닿았어요. 페르시아 깊은 곳에서 고용주를 잃고, 산을 넘고 눈밭을 건너 흑해까지 후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탈라타! 탈라타!"(바다다!) — 산정에서 그렇게 외치며 끌어안고 울었던 만 명이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바다가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발밑의 물은 분명 그리스로 이어졌지만, 만 명이 한꺼번에 탈 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묘한 일이 벌어졌어요. 산을 넘는 내내 하나였던 군대가, 정작 안전한 바닷가에 닿고 나서 갈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 분열의 한복판에는 이 모든 이야기를 직접 기록한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 아테네 사람 크세노폰(Xenophon)입니다.

산을 넘으니 또 다른 시작이었어요

만인대는 트라페주스를 기점으로 케라수스를 거쳐 코티오라로, 흑해 남안을 따라 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An. 5.1). 일부는 걷고, 일부는 배를 탔습니다. 공동 지휘관 케이리소포스(Cheirisophus)가 함대를 얻으러 비잔티온의 스파르타 제독에게 떠난 뒤로, 또 한 사람의 공동 지휘관이던 크세노폰의 어깨가 무거워졌죠. 케이리소포스가 약속한 배는 끝내 충분히 오지 않았고, 행군은 지체되었으며, 만 명을 먹이는 일은 매일의 전쟁이었어요.

흑해의 그리스 식민 도시들은 같은 그리스인을 환대했습니다. 시장을 열어 주고, 배를 빌려 주고, 통행을 허락했어요(An. 5.1). 그러나 환대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속내가 있었습니다 — 어서 떠나 달라는 것. 어느 폴리스도 무장한 만 명이 자기 문턱에 눌러앉기를 바라지 않았거든요. 동족이라는 말은 따뜻했으나, 폴리스의 안전이라는 셈은 차가웠어요. 보급은 주되 정주는 막는다 — 흑해의 그리스 도시들은 그 미묘한 선 위에서 만인대를 다루었습니다.

산을 넘으면 끝일 줄 알았던 길이, 바다에 닿고 보니 또 다른 시작이었던 거예요.

약탈하고, 동맹하고, 그저 지나가고

도시와 도시 사이의 배후지는 또 달랐어요. 트라페주스 뒤편 산악의 드릴라이족은 견고한 요새에 틀어박혀 만인대의 강습을 처음엔 되받아쳤습니다. 크세노폰은 지형을 읽고 화공으로 그 요새를 불살라 함락했어요(An. 5.2) — 그가 이 권에서 가장 길게, 가장 자랑스럽게 적은 전투였습니다.

"목조 탑집"에 사는 모시노이코이에게 가서는 한 분파와 손을 잡고 다른 분파를 쳤고(An. 5.4), 크세노폰은 그들의 기이한 풍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록했어요. 티바레노이와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평화로이 지나갔습니다(An. 5.5). 약탈할 때는 약탈했고, 동맹할 때는 동맹했으며, 지나갈 수 있을 때는 그저 지나갔죠. 만인대는 정복군이 아니라, 귀향길의 보급에 쫓기는 떠도는 집단이었어요.

약탈물의 십분의 일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바쳤습니다(An. 5.3). 크세노폰은 자기 몫의 십일조로 훗날 스킬루스에 아르테미스 신전의 영지를 봉헌했노라고, 글을 쓰는 시점의 자신을 슬쩍 끼워 넣어 적었어요. 약탈의 경제와 신을 향한 경건이, 한 문장 안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있던 셈입니다.

진짜 분열은 군대 안에서 자랐어요

부족과의 싸움터보다 더 위험한 균열은 만인대 안에서 자라고 있었어요.

언제부턴가 한 가지 생각이 진영을 떠돌았습니다. 바다에 닿았으니, 차라리 이 흑해 연안에 우리만의 도시를 세우면 어떻겠는가. 만 명이면 폴리스 하나를 세우고도 남는 숫자였어요. 비옥한 해안과 길들일 수 있는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무장한 시민. 누군가에게 그것은 귀향보다 매혹적인 미래였습니다.

— 적어도, 크세노폰은 그렇게 적었어요. 고발자의 동기를 사익으로 깎아내리는 그 한 줄을, 다른 누구도 아닌 피고가 직접 썼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실라노스가 정말 보상금 때문에 입을 열었는지, 아니면 그의 의심이 제법 근거 있는 두려움이었는지는, 실라노스의 입으로 쓰인 적이 없어 끝내 알 수 없어요.

피고가 직접 쓴 무죄 판결

크세노폰은 집회를 소집했어요. 만인대의 자치는 그런 식으로 작동했습니다. 고용주도 외부의 적도 없는 이 떠도는 폴리스에서, 행로는 투표로 정해졌고 지도자는 민회 앞에 불려 나왔어요. 이날, 의심받는 자는 크세노폰 자신이었죠.

그는 변호했습니다(An. 5.7). 도시를 세우자는 생각을 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부인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것은 자기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만 명을 안전히 정착시킬 길을 찾으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를 더했어요 — 여러분이 원치 않는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생각을 버리겠다. 그 말 앞에서 의혹은 힘을 잃었습니다. 사심 없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에요. 그는 같은 입으로 병사들의 무질서를 꾸짖었습니다. 부족의 사절에게 돌을 던진 일, 보급을 빌미로 한 약탈의 만행 — 그것이야말로 만인대를 위태롭게 한다고요. 의심받던 자가 도리어 꾸짖는 자가 되고, 변호가 어느새 훈계로 바뀌었죠. 병사들은 설득되었고 그를 다시 신임했다고, 크세노폰은 적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한 걸음 물러서야 해요. 이 집회의 유일한 기록자가 피고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도시 건설을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밀어붙였는지, 그 동기가 정말로 순수한 공익이었는지, 병사 다수가 그를 어떻게 보았는지 — 그 어느 것도 크세노폰의 진술 너머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이 권에는 그를 검증해 줄 다른 사료가 없거든요. 불리한 의혹을 먼저 꺼내고, 연설로 그것을 무너뜨린 뒤, 무죄와 신임으로 끝맺는 이 깔끔한 삼단의 흐름은, 회고록을 쓰는 자가 자신을 위해 짤 수 있는 가장 능숙한 변론의 모양이기도 합니다.

코티오라에서는 병사들이 장군들의 회계를 추궁했고, 행군 중에 병사를 때린 일을 들어 크세노폰을 재판에 회부했어요(An. 5.8). 그는 다시 변호했습니다 — 그 매는 규율을 위한, 끝내는 그 병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엄격함이었다고. 그리고 또다시 신임을 회복했죠. 적어도 그의 기록 안에서는요. 떠도는 폴리스의 자치는 최고 지도자조차 심판대에 세웠으나, 그 심판의 회의록을 쓴 손은 피고의 손이었습니다.

같은 바다를 보며 서로 다른 곳을 꿈꾸다 — 용병 군대의 정치

크세노폰의 변호가 의혹을 잠재웠어도, 그것이 분열의 뿌리까지 뽑은 것은 아니었어요. 집으로 갈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누구를 따를 것인가 — 그 물음은 가라앉지 않고 다음 권으로 흘러갔습니다. 머지않아 만인대는 셋으로 갈라질 것이었죠. 산을 넘어 하나가 되었던 군대가, 정작 바다에 닿고 나서 제 안의 거리를 발견한 거예요.

이 5권이 세계사에서 흥미로운 건, 고용주도 국가도 없는 무장 집단이 어떻게 스스로를 다스리는지를 날것으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만인대는 일종의 움직이는 폴리스였어요. 행로를 투표로 정하고, 전리품을 회계로 따지고, 지도자를 재판에 세웠죠. 민주적 자치의 힘이자 동시에 약점이 그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 같은 설득과 동의의 문화가 군대를 묶기도 하고 갈라놓기도 했으니까요.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그들을 하나로 묶던 두려움도 함께 느슨해졌어요. 안전이 가까워질수록 결속이 풀린다는 역설이, 흑해 연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 이 권은 역사를 쓰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끊임없이 묻게 만들어요. 크세노폰은 자신이 피고인 재판의 기록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신임을 회복하고, 그 모든 것을 직접 적었죠. 그가 정말 결백했는지와 그가 자신을 결백하게 그렸는지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흑해의 물결은 여전히 그리스 쪽으로 밀려갔지만, 만 명은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꿈꾸고 있었어요. 그 분열이 어떻게 터지는지는 다음 편 — 갈라진 군대에서 이어집니다.

#크세노폰 #아나바시스 #키루스의교육 #고대그리스 #페르시아 #고대사 #만인대 #그리스용병 #흑해 #트라페주스

이 글이 어땠나요?

가볍게 반응을 남겨주세요.

콘텐츠 이용 안내

이 글은 봄하루가 제작·편집한 콘텐츠입니다. 개인 학습 목적의 짧은 인용은 가능하지만, 본문·이미지의 전체 또는 대량 복제, 자동 수집, 상업적 재배포는 사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용 시 출처와 원문 링크를 함께 표시해 주세요.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