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 참이어도 원명제가 참인 건 아니다 — 명제·역·이·대우·반례
앞선 글에 우리는 집합을 배웠다. 원소를 중괄호로 묶고, 벤 다이어그램으로 관계를 그렸다.
이 글에서는 집합의 언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집합이 "무엇이 모여 있는가"를 말한다면, 오늘 배울 명제는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판단한다. 수학의 모든 정리와 증명은 이 명제 위에 세워져 있다.
명제란 무엇인가
다음 문장들을 읽어 본다.
- "2는 짝수이다."
- "모든 소수는 홀수이다."
- "저 꽃은 예쁘다."
- "x + 1 = 5"
어떤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가?
"2는 짝수이다" — 참이다. "모든 소수는 홀수이다" — 거짓이다. 2는 소수이지만 짝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꽃은 예쁘다"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다. 참인지 거짓인지 하나로 정할 수 없다. "x + 1 = 5"는 x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아직 참·거짓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참인지 거짓인지 분명히 정할 수 있는 문장을 명제(참 또는 거짓을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문장)라고 한다.
| 문장 | 명제인가? | 이유 |
|---|---|---|
| 2는 짝수이다 | ⭕ | 참으로 판단 가능 |
| 모든 소수는 홀수이다 | ⭕ | 거짓으로 판단 가능 |
| 저 꽃은 예쁘다 | ❌ | 사람마다 달라 판단 불가 |
| x + 1 = 5 | ❌ | x에 따라 달라짐 |
명제가 되려면 "참" 또는 "거짓" 딱 하나로 결론이 나야 한다.
(가) 3의 배수는 홀수이다. (나) 저 문제는 어렵다. (다) 1은 소수가 아니다.
'만약 p이면 q' — 조건부 명제
수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명제 형식이 있다.
"만약 p이면 q이다."
이것을 기호로 p → q 라고 쓴다. p를 가정(참이라고 먼저 받아들이는 조건), q를 결론(가정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이라고 한다.
예시로 본다.
가정 p: "어떤 수가 4의 배수이다" / 결론 q: "그 수는 2의 배수이다"
4의 배수(4, 8, 12, 16, 20 ...)는 모두 2의 배수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명제는 참이다.
집합 언어로도 볼 수 있다. p → q가 참이라는 것은 p를 만족하는 집합이 q를 만족하는 집합 안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글에서 본 부분집합 그림이 그대로 살아 있다.
진리표로도 본다.
| p | q | p → q |
|---|---|---|
| 참 | 참 | 참 |
| 참 | 거짓 | 거짓 |
| 거짓 | 참 | 참 |
| 거짓 | 거짓 | 참 |
p → q가 거짓이 되는 경우는 단 하나이다. p가 참인데 q가 거짓인 경우. 가정은 성립했는데 결론이 무너진 경우이다.
p가 거짓이면 —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 결론이 어떻든 명제에 흠이 없다. 그래서 나머지 세 경우는 모두 참이다.
역·이·대우 — 화살표를 뒤집고 부정하기
p → q 하나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부정(원래 조건을 뒤집은 것, ¬p: "p가 아닌 것")을 붙이면 세 개의 새로운 명제를 만들 수 있다.
| 이름 | 기호 | 읽는 법 |
|---|---|---|
| 원명제 | p → q | 만약 p이면 q |
| 역 | q → p | 만약 q이면 p |
| 이 | ¬p → ¬q | 만약 p가 아니면 q도 아니다 |
| 대우 | ¬q → ¬p | 만약 q가 아니면 p도 아니다 |
예시로 확인한다. 원명제: "4의 배수이면 2의 배수이다." — 참
- 역: "2의 배수이면 4의 배수이다." — 2는 2의 배수지만 4의 배수가 아니다. 거짓
- 이: "4의 배수가 아니면 2의 배수가 아니다." — 6은 4의 배수가 아니지만 2의 배수이다. 거짓
- 대우: "2의 배수가 아니면 4의 배수가 아니다." — 2의 배수가 아닌 수(3, 5, 7 ...)는 모두 4의 배수가 아니기도 한다. 참
여기서 중요한 규칙을 발견했는가?
이 규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원명제 p → q가 거짓이 되는 경우는 "p인데 q가 아닌 것"이 존재할 때이다. 그것은 곧 "¬q인데 ¬p가 아닌 것", 즉 대우 ¬q → ¬p가 거짓이 되는 경우와 정확히 같다. 그래서 둘은 항상 참이거나 거짓이다.
반례 — 거짓임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예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보이려면 모든 경우에 성립함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명제가 거짓이라는 것을 보이려면 단 하나의 반대 사례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 단 하나의 사례를 반례(명제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라고 한다.
예시로 본다.
명제: "소수는 모두 홀수이다."
2를 생각한다. 2는 소수이다. 그런데 2는 홀수가 아닌 짝수이다. "2"라는 반례 하나로 이 명제는 거짓이 확정된다.
반례를 찾을 때는 가정을 만족하지만 결론을 만족하지 않는 것을 찾으면 된다. p → q의 반례: p는 참, q는 거짓인 경우.
| 역할 | 필요한 것 |
|---|---|
| 명제가 참임을 보이려면 | 모든 경우를 확인하거나 논리로 증명 |
| 명제가 거짓임을 보이려면 | 반례 하나 |
반례는 하나로 충분하다. 반례가 하나라도 있으면 "모든 경우에 성립한다"는 주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주 헷갈리는 점
고1 수학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오개념이 있다.
역과 원명제는 서로 독립이다. 역이 참이어도 원명제가 거짓일 수 있고, 원명제가 참이어도 역이 거짓일 수 있다.
"4의 배수이면 2의 배수이다"는 참이다. 그런데 그 역인 "2의 배수이면 4의 배수이다"는 거짓이다. 반례는 2입니다.
역이 원명제와 항상 같은 진리값을 가지려면 p ↔ q, 즉 p와 q가 필요충분조건 관계일 때뿐이다. 이것은 추후 심화에서 다룬다.
원명제와 항상 진리값이 같은 것은 역·이·대우 중 대우뿐이다. 이것을 꼭 기억해 둔다.
주요 개념
| 낱말 | 뜻 |
|---|---|
| 명제 | 참 또는 거짓을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문장 |
| 가정 | 참이라고 먼저 받아들이는 조건 (p → q에서 p) |
| 결론 | 가정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 (p → q에서 q) |
| 부정 | 원래 조건을 뒤집은 것 (¬p: "p가 아닌 것") |
| 역 | 원명제 p → q에서 가정과 결론을 바꾼 명제 (q → p) |
| 이 | 원명제 p → q에서 가정과 결론을 모두 부정한 명제 (¬p → ¬q) |
| 대우 | 원명제 p → q에서 가정과 결론을 바꾸고 모두 부정한 명제 (¬q → ¬p) |
| 반례 | 명제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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