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나 분자는 너무 작아서 낱개로 셀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학은 일정한 개수씩 묶어 새 단위로 부르는 약속을 씁니다. 그 단위의 이름이 몰입니다.
묶음 단위로서의 몰
사람은 큰 수를 셀 때 오래전부터 묶음을 만들어 왔습니다. 연필 1다스는 12자루, 종이 1연은 500장입니다. 같은 사고법을 입자 세계에도 적용한 것이 몰입니다.
| 묶음 이름 | 묶음의 크기 | 쓰는 자리 |
|---|---|---|
| 다스 | 12개 | 연필, 달걀 |
| 연 | 500장 | 종이 |
| 몰 | 6.02 × 10²³개 | 원자, 분자, 이온 |
세 단위는 크기가 다를 뿐 원리는 같습니다. 낱개로 세기 어려운 것을 정해진 개수씩 묶어 새 단위로 부르는 방식입니다.
몰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단위의 원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묶음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12나 500은 눈앞에 그릴 수 있지만, 6.02 × 10²³은 일상 감각을 훌쩍 넘어섭니다. 그래서 몰은 무게가 아니라 개수의 묶음으로 시작합니다. 1몰은 어떤 물질이든 일단 입자 6.02 × 10²³개가 모인 묶음입니다.
아보가드로 수와 지수 표기
6.02 × 10²³은 큰 수를 짧게 쓰는 표기입니다. 10²³은 1 뒤에 0이 23개 붙은 수이고, 6.02 × 10²³은 그 자리에 약 6이 곱해진 수입니다.
| 표기 | 읽는 법 | 자리 감각 |
|---|---|---|
| 10² | 1 뒤에 0이 2개 | 100 |
| 10⁶ | 1 뒤에 0이 6개 | 1,000,000 |
| 10⁸ | 1 뒤에 0이 8개 | 약 1억 |
| 10²³ | 1 뒤에 0이 23개 | 1몰의 자리 |
이 큰 수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아보가드로 수입니다. 기호로는 N_A라고 씁니다.
N_A = 6.02 × 10²³ 개/mol
여기서 개/mol은 "1몰마다 들어 있는 입자 수"라는 뜻입니다. N_A는 1몰의 묶음 크기를 정한 약속이라는 점만 잡고 갑니다.
입자 수와 몰 수를 오가는 식
낱개와 묶음 사이를 오가는 방법은 어디서나 같습니다. 자루 수와 다스 수 사이가 12로 묶이듯, 입자 수 N과 몰 수 n 사이는 N_A로 묶입니다.
N = n × N_A n = N / N_A
| 기호 | 뜻 | 단위 |
|---|---|---|
| N | 입자 수 | 개 |
| n | 몰 수 | mol |
| N_A | 아보가드로 수 | 개/mol |
예를 들어 0.5 mol의 물 분자 수는 다음처럼 구합니다.
N = 0.5 × 6.02 × 10²³ = 3.01 × 10²³개
반대로 물 분자 1.204 × 10²⁴개가 있다면 몇 mol일까요?
n = (1.204 × 10²⁴) / (6.02 × 10²³) = 2 mol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만이 아니라 단위입니다. mol × (개/mol) = 개, 개 ÷ (개/mol) = mol. 단위가 서로 지워지고 남는 자리가 원하는 단위와 같으면 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서 있다는 신호입니다. 1몰은 무게가 아니라 입자 수 묶음입니다.
1몰은 얼마나 큰가
1몰의 크기는 직관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복사용지 한 묶음 500장을 생각해 봅니다. 종이 한 장의 두께를 약 0.1 mm라고 두면, 500장을 쌓아도 높이는 약 5 cm입니다. 그런데 종이 1몰, 곧 6.02 × 10²³장을 한 줄로 쌓으면 약 6.02 × 10¹⁹ m, 약 6,400 광년에 해당합니다. 우리 은하 지름이 약 100,000 광년이니, 종이 1몰은 별과 별 사이 거리만큼 됩니다.
그런데 한 컵의 물 약 18 g 안에는 물 분자가 대략 1몰 들어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물 한 컵 안에 그만큼 큰 묶음 수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원자와 분자는 너무 작고 너무 많기 때문에 낱개로 세지 않고 mol이라는 묶음 단위로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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