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컵에 담긴 소금물과 설탕물은 겉으로 보면 똑같이 맑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로에 두 컵을 차례로 연결하면, 소금물 쪽에서는 전류가 흐르고 설탕물 쪽에서는 흐르지 않습니다. 차이는 컵 안의 미시 모습에 있습니다. 오늘은 이 차이를 정리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온을 정식으로 다루었습니다. 원자가 바깥쪽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기를 띠게 된 입자입니다. 잃으면 양이온(Na⁺), 얻으면 음이온(Cl⁻). 소금(NaCl) 안에는 Na⁺와 Cl⁻이 한 쌍으로 있다는 것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이 이온들이 어디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봅니다.
두 컵의 차이 — 소금물 vs 설탕물
소금이 물에 녹으면, 결정 안에 묶여 있던 Na⁺와 Cl⁻이 풀려납니다. 한 덩어리이던 소금이 두 갈래 이온으로 갈라지는 일을 이온화라고 합니다. Na⁺(양이온)와 Cl⁻(음이온)이 따로 떨어져 물 안을 자유롭게 떠다닙니다.
설탕도 물에 녹습니다. 그러나 설탕은 이온화하지 않습니다. 양이온도 음이온도 만들어지지 않고, 분자 그대로 잘게 흩어질 뿐입니다.
| 항목 | 소금물 (NaCl) | 설탕물 |
|---|---|---|
| 녹은 결과 | Na⁺ + Cl⁻ (이온) | 설탕 분자 그대로 |
| 이온화 | ✓ | ✗ |
| 분류 | 전해질 | 비전해질 |
| 전기 통함 | 통한다 | 통하지 않는다 |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해질: 물에 녹아 이온으로 나누어져 전기를 통하게 하는 물질 (소금·식초·레몬즙·베이킹소다 푼 물)
- 비전해질: 물에 녹아도 이온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물질 (설탕·알코올·증류수)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녹는다 ≠ 사라진다"가 한 단계 깊어지는 자리입니다. 녹은 알갱이는 두 갈래로 나뉠 수 있습니다. 한 갈래는 이온이 되고(전해질), 다른 갈래는 분자 그대로 흩어집니다(비전해질).
왜 이온이 있어야 전류가 흐를까
전류는 전하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금속 안에서는 자유 전자가 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수용액에서는 자유 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온이 전하를 옮깁니다.
소금물 안에서는 Na⁺와 Cl⁻이 자유롭게 흩어져 있습니다. 회로에 연결하면, 양이온 Na⁺는 음극(−극) 쪽으로, 음이온 Cl⁻은 양극(+극) 쪽으로 끌립니다. 반대 부호의 전하가 서로 당기는 셈입니다. 이렇게 이온이 두 극 사이를 오가는 일이 곧 수용액에서의 전류입니다.
설탕물 안에는 이온이 없습니다. 설탕 분자는 전하를 띠지 않아 두 극 어느 쪽으로도 끌리지 않습니다. 두 극 사이에 전하를 옮길 운반자가 없으니, 회로는 이어져 있어도 전류는 흐르지 않습니다.
| 운반자 | 위치 | 예 |
|---|---|---|
| 자유 전자 | 금속 내부 | 구리 Cu·철 Fe·알루미늄 Al |
| 이온 | 전해질 수용액 | 소금물·식초·레몬즙 |
수용액에서의 전류는 전자의 이동이 아니라 이온 자체의 이동입니다. 이 차이가 "함정 4"의 핵심입니다.
도체와 부도체 — 두 분류가 만나는 자리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을 도체, 잘 통하지 않는 물질을 부도체라고 합니다. 도체에는 두 갈래가 있습니다.
| 갈래 | 운반자 | 예 |
|---|---|---|
| 전자 도체 | 자유 전자 | 구리 Cu·철 Fe·알루미늄 Al·흑연 C |
| 이온 도체 | 자유 이온 | 소금물·식초·레몬즙·베이킹소다 푼 물 |
부도체에는 고무·플라스틱·유리, 그리고 설탕물과 증류수가 들어갑니다. 증류수는 순수한 물이라 이온이 거의 없어 전류가 통하지 않습니다.
전해질·비전해질과 도체·부도체는 묻는 질문이 다릅니다. 전해질·비전해질은 "물에 녹아 이온화하는가"를 묻고, 도체·부도체는 "전기가 통하는가"를 묻습니다. 두 분류는 다음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 전해질이 녹은 물 = 이온 도체
- 비전해질이 녹은 물 = 부도체
어원 한 줄 — 이온·음극·양극이 같은 뿌리
이온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왔습니다. 양이온을 뜻하는 cation은 "아래로 가는 것", 음극을 뜻하는 cathode와 같은 뿌리입니다. 음이온 anion은 "위로 가는 것", 양극 anode와 같은 뿌리입니다. 약 150년 전 패러데이가 지은 이름인데, 그 이름 안에 이미 "양이온이 가는 길은 음극"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 연도 | 인물 | 일 |
|---|---|---|
| 1800 | 볼타 (이탈리아) | 세계 최초의 안정 전기, 볼타 전지 (Voltaic pile) |
| 1834 | 패러데이 (영국) | 전기분해 법칙 + ion·cathode·anode 명명 |
| 1884 | 아레니우스 (스웨덴) | 박사논문 "소금 → 자유 이온" (1903년 노벨상) |
볼타에서 아레니우스까지 84년이 걸려 만들어진 길을, 우리는 한 시간 안에 따라갑니다.
자주 혼동되는 네 가지
전해질·비전해질에서 흔히 잘못 알려진 내용을 정리합니다.
| 함정 | 흔한 오해 | 정확한 정리 |
|---|---|---|
| 1 | 모든 액체 = 전해질 | 액체 자체가 아니라 녹은 물질이 결정. 이온화하면 전해질 |
| 2 | 설탕물 = 약전해질 | 설탕은 비전해질 (분자 그대로). 약전해질은 식초·암모니아 |
| 3 | 도체 = 금속만 | 전자 도체 + 이온 도체 두 갈래. 소금물도 도체 |
| 4 | 수용액 전류 = 전자 이동 | 수용액에서는 이온 자체의 이동이 전류 |
안전 한 줄: 전류 실험은 어른 감독 아래에서, 9V 작은 건전지처럼 약한 전원만 씁니다. 가정용 220V 콘센트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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