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 700년 — 와이타하 호반 캠프부터 #thatwanakatree 까지
와나카가 7번 다시 태어난 700년 — 부족 캠프·sheep run·골드러시·UNESCO·#thatwanakatree
목차
와나카 (Wānaka) 는 뉴질랜드 남섬 내륙 Otago 지역 서북단에 자리한 작은 분지 마을이에요. 정주 인구는 약 9,000명이지만, 연간 방문객은 1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돼요. 한국으로 치면 강릉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어요 — 서울(Auckland)과 부산(Queenstown) 사이에서 조용히 자기 색깔을 지켜가는 알파인 도시 말이에요.
이 분지의 역사는 약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한 그루의 버드나무가 세계적 사진 명소가 되고, Roy's Peak 정상에서 새벽 일출을 찍으려는 등반객이 새벽 3시에 출발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죠. 그 700년의 변신을 다섯 장면으로 풀어볼게요.
1장. 와이타하·응아이 타후의 마힝가 카이 — 약 700년 전~1852

Ngāi Tahu 마힝가 카이 시대
분지에 처음 발을 디딘 이들은 와이타하 (Waitaha) 부족이었어요. 그 뒤 남섬 Otago 지역의 주요 이위 (iwi, 부족) 인 응아이 타후 (Ngāi Tahu) 가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정착하며 마힝가 카이 (mahinga kai, 식량 채집) 영역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와나카' 라는 지명은 이 지역 부족장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통설이에요. Wānaka 라는 표기에서 ā 위의 마크론 (macron) 은 Te Reo Maori (테 레오 마오리) 발음 기호로, 이 긴 모음 표기를 생략하거나 바꾸는 건 예의에 어긋나요.
응아이 타후 부족민은 봄·여름이면 호반 캠프에 들어와 tuna (장어)·kōaro (작은 민물고기)·모아 (moa, 거대한 날지 못하는 새, 약 1500년경 멸종) 를 잡았어요. 그리고 마투키투키 (Mātukituki) 계곡을 거쳐 서쪽 빙하 너머로 이동하며 포우나무 (pounamu, 녹옥) 무역로를 넘나들었죠. 와나카 분지는 호수·사냥터·녹옥 무역로의 결절점이었던 거예요.
참고 — 포우나무 (pounamu) 는 응아이 타후의 신성한 자원이에요. 강바닥이나 호숫가에서 포우나무를 무단으로 채취하거나 반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2장. 1853년 양 목장과 Pembroke — 분지의 첫 유럽 정착

1860년대 고원 양 목장 풍경
1853년, 호주와 영국 출신 양치기 정착자들이 호반에 도착했어요. 이들은 대규모 sheep run (양 목장) 을 열고 오늘날 와나카 타운십의 전신인 펨브로크 (Pembroke) 라는 정착지를 만들었어요. 현재 와나카 타운 센터의 격자형 도로 구조는 이 시기의 흔적이에요.
이 시기 인접한 Canterbury·Mackenzie Basin 에서 양치기 정착민으로 1년을 보낸 Samuel Butler (1835–1902) 는 1863년 'A First Year in Canterbury Settlement' 를 출간했어요. 그 책에는 와나카와 마운트 애스파이어링 일대 고원 양 목축 풍경의 첫 영문 묘사가 담겨 있어요.
3장. 1862년 Cardrona 골드러시 — 광부의 분지

1862년 Cardrona 골드러시 광부 캠프
1862년, 분지의 운명이 다시 뒤집혔어요. Otago 골드러시가 분지 남쪽 Crown Range 너머에서 시작되면서 카드로나 (Cardrona) 강과 Bendigo·Roaring Meg 광맥으로 발견이 이어졌어요. 호반 타운십의 옛 이름 Pembroke 가 광부 보급 depot 로 변모했고, 1863년에는 카드로나 빌리지 끝자락에 Cardrona Hotel 이 문을 열었어요. 이 건물은 지금도 분지의 역사적 pub 으로 남아 있어요.
1860년대 후반 광부 인구는 1,500~2,000명에 달했어요. 그러다 1880년대 사금이 고갈되면서 광부들이 흩어지고 분지는 다시 양 목축 경제로 돌아갔어요.
같은 시기 뉴질랜드 정부 지질학자 Julius von Haast (1822–1887) 는 분지 서북쪽 마운트 애스파이어링 (Mount Aspiring)·마투키투키 계곡·Haast Pass 빙하와 지질을 측량해 1879년 'Geology of the Provinces of Canterbury and Westland' 를 출간했어요. 그의 이름은 오늘날 Haast Pass·Haast River·Haast town 으로 그대로 남아 있어요.
4장. 1964·1990년 — 국립공원과 UNESCO Te Wāhipounamu

Tititea / Mount Aspiring + Te Wāhipounamu UNESCO
20세기에 들어 와나카의 정체성을 다시 빚은 것은 두 가지 흐름이었어요 — 보호구 지정과 스키 산업이에요.
1964년 마운트 애스파이어링 국립공원 (Mount Aspiring National Park) 이 면적 약 355,543헥타르로 지정되면서 분지 서북쪽 산악·빙하·생태계가 법적 보호를 받게 됐어요. 그리고 1990년, 테 와히포우나무 (Te Wāhipounamu, '녹옥의 땅') 라는 이름으로 Fiordland·Mount Cook·Westland 국립공원과 함께 묶여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어요.
최고봉의 마오리 이름은 티티테아 (Tititea, '반짝이는 봉우리', 해발 3,033m) 예요. 영어 이름 Mount Aspiring 과 병기돼 공식 표기에 올랐어요. 이 두 이름이 나란히 쓰이는 것 자체가 Te Tiriti o Waitangi (와이탕이 조약) 이후 뉴질랜드가 걸어온 마오리·크라운 파트너십의 한 상징이에요.
1987년 발족한 DOC (Department of Conservation, 자연보전청) 가 공원 운영을 전담하며 Routeburn Track (NZ Great Walks 9개 중 하나, 약 32km) 같은 트레킹 루트 시스템이 자리 잡았어요.
5장. 스키·#thatwanakatree·Instagram — 현재의 와나카
1967년 카드로나 알파인 리조트 (Cardrona Alpine Resort) 가 분지 남쪽 Crown Range 능선 (해발 1,860m) 에 문을 열었어요. 뉴질랜드 남섬 초기 상업 스키장 중 하나였고, 이후 NZ 올림픽·패럴림픽 스키 팀의 공식 훈련 기지가 됐어요. 1979년에는 분지 서북쪽 트레블 콘 스키장 (Treble Cone Ski Area, 해발 약 1,960m, 슬로프 약 550헥타르) 이 추가돼 6~10월 겨울 스키 시즌 관광이 본격화됐어요.
그리고 21세기 들어 와나카를 세계 지도에 올린 결정적 두 장면이 있어요.
첫 번째는 한 그루의 버드나무예요. Lake Wānaka 호반 Roys Bay 수면 위로 단독으로 자라는 약 80~100년 된 willow (버드나무) 한 그루가 2010년대 인스타그램 보급과 함께 #thatwanakatree 해시태그로 전 세계에 퍼지며 NZ 최다 촬영 자연물 중 하나가 됐어요. 사계절 일출·일몰 시각마다 다른 색감으로 호수에 반영되는 이 나무 앞에서, 사진가들은 새벽 4시부터 자리를 잡아요.
두 번째는 Roy's Peak 등반이에요. 와나카 타운십 서남쪽 약 6km, 해발 1,578m 정상까지 이어지는 편도 약 8km·표고차 약 1,200m·왕복 6~8시간 루트가 SNS 일출 사진의 표지 코스로 떠오르며 NZ 최고 인스타그램 트레킹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어요.
한편 1975년 Rippon Vineyard (Rolfe Mills 호반 식재) 를 중심으로 Central Otago 피노누아 산지가 세계급으로 자리 잡으면서, 와나카 호반 와이너리 클러스터가 사계절 와인 관광 동선을 만들었어요.
700년 연표 한눈에

700년 역사 연표
| 시기 | 주요 흐름 |
|---|---|
| 약 700년 전~1852 | 와이타하·응아이 타후 마힝가 카이 (mahinga kai) · 포우나무 무역로 |
| 1853~1861 | Pembroke 양 목장 (sheep run) · Butler 1863 'A First Year' 영감원 |
| 1862~1880 | Otago 골드러시 · Cardrona Hotel (1863) · Haast 1879 측량 |
| 1964~1990 | Mount Aspiring 국립공원 · Te Wāhipounamu UNESCO · Tititea 공식 표기 |
| 1967~현재 | Cardrona Alpine (1967) · Treble Cone (1979) · Rippon Vineyard (1975) |
| 2010년대~현재 | #thatwanakatree 인스타그램 · Roy's Peak SNS 트레킹 1위 |
퀸스타운 vs 와나카 — 같은 행정구역, 다른 결
퀸스타운 (Queenstown) 과 와나카는 같은 Queenstown Lakes District 에 속해 있어요. 차로 약 1시간 (68km, SH6 경유) 거리이고, 둘 다 NZ 남섬의 대표 관광지예요. 그런데 분위기는 정반대예요.
퀸스타운이 번지·루지·LOTR 로케이션 같은 어드벤처 중심 도시라면, 와나카는 사진·와인·트레킹·스키를 조용한 분지 안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조용한 자연주의 리조트' 예요. 정주 인구 약 9,000명의 이 작은 분지가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받는 건 단순한 인스타그램 명성 때문만은 아니에요 — 700년 동안 일곱 번 변신해온 분지의 저력이 그 뒤에 있어요.
출처 및 라이선스
- NZ 정부 공공데이터 / data.govt.nz (Crown copyright CC-BY 4.0)
- 자연보전청 (Department of Conservation, DOC) Mount Aspiring 공개 자료 (Crown copyright CC-BY 4.0)
- OpenStreetMap contributors (ODbL)
- Wikimedia Commons (CC-BY-SA / CC-BY) — 본문 내 이미지는 자체 생성, 외부 출처는 사실 검증용
- Samuel Butler, "A First Year in Canterbury Settlement" (1863, public domain, Project Gutenberg #7960) — 본문 내 인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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