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먹다 — 한국 타코부터 프렌치 딥까지, 이민 도시의 맛
목차
들어가며 — 이민 도시가 만든 음식 지도
LA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에요.
이 도시는 140개 이상의 언어 가 공존하고, 세계 어느 곳보다 다양한 문화가 한 블록 안에 섞여 있는 곳이에요. 그 다양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이 바로 식탁 위입니다. 코리아타운의 숯불 갈비, 이스트 LA 의 타케리아, 산 가브리엘 밸리의 보바숍 — 각각의 음식 뒤에는 이민자들이 새 땅에서 자신의 문화를 지켜낸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어떤 음식들은 두 문화가 만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켰습니다. 2008년 코기 BBQ 트럭이 한국식 갈비를 옥수수 토르티야 위에 올린 순간, LA 는 미국 전역의 음식 지형도를 바꿔버렸어요.
이번 편에서는 LA를 대표하는 네 가지 음식의 탄생 배경과 현재의 맛,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1장 — LA 음식 타임라인 100년
LA의 음식 역사는 이민의 역사와 정확히 겹쳐요. 1908년 다운타운 노동자의 점심, 1948년 드라이브스루의 탄생, 1980년대 대만계 커뮤니티가 가져온 타피오카 음료, 2008년 한국계 셰프의 트위터 기반 타코 트럭. 100년 사이 네 개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 연도 | 음식 | 장소 | 탄생 배경 |
|---|---|---|---|
| 1908 | 프렌치 딥 샌드위치 | 다운타운 LA | 철도·법원 노동자 문화 |
| 1948 | 인앤아웃 버거 | 볼드윈 파크 | 미국 최초 드라이브스루 인터컴 |
| 1980년대 | 보바 밀크티 | 몬터레이 파크 | 대만계 커뮤니티 첫 확산 |
| 2008 | 코기 BBQ 한국 타코 | 코리아타운·이스트 LA | 한국-멕시코 퓨전 · SNS 혁명 |

LA 음식 100년 타임라인 인포그래픽
2장 — 한국 타코: 코기 BBQ와 LA 음식 혁명
코기(Kogi)는 어떻게 탄생했나
2008년 11월, 한 트럭이 코리아타운 거리에 등장했습니다.
로이 최 (Roy Choi)는 CIA 요리학교 출신 셰프로, 한국식 갈비와 불고기 양념 고기를 멕시코 옥수수 토르티야 위에 올렸어요. 여기에 살사, 고추장, 깍두기를 얹었습니다. 이게 코기 BBQ 트럭 1호의 메뉴였어요.
그냥 신기한 퓨전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 트럭이 달랐던 이유는 트위터였습니다. 로이 최는 트럭 위치를 트위터로 실시간 공유했어요. "지금 베니스 블러바드" — 사람들이 달려왔습니다. 한 달 만에 팔로워 5만 명. 줄이 블록을 돌았어요.
타임(Time)지는 2009년 "America's Best Restaurant" 중 하나로 코기 BBQ 트럭을 선정했습니다. 레스토랑이 아닌 트럭이 이 상을 받은 건 당시 최초였어요.
코기가 의미하는 것
'코기(Kogi)'는 한국어 고기 에서 왔어요. 이름 자체가 음식의 정체성을 드러내죠.
더 중요한 건 이 트럭이 만들어낸 상징성이에요. 코리아타운의 한인 양념 문화와 이스트 LA 의 멕시코계 토르티야 문화가 만난 것 — 이건 LA 의 다문화 역사를 음식으로 표현한 거예요. 코리아타운에서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이스트 LA 는 멕시코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심장이에요. 두 커뮤니티는 수십 년 동안 같은 도시에 살았지만, 이 타코 한 개가 두 문화 사이의 무언가를 건드렸습니다.
무엇을 먹나
코기 BBQ 트럭의 시그니처 메뉴는 이래요.
| 메뉴 | 가격대 (USD) | 특징 |
|---|---|---|
| 한국 타코 (2개) | $3~4 | 갈비·불고기 선택, 살사·고추장 토핑 |
| 부리토 | $8~9 | 한국식 고기 + 멕시칸 라이스 |
| 슬라이더 | $8 | 미니 버거 형태 갈비 패티 |
| 낙지볶음 플레이트 | $12~14 | 매운 볶음 낙지 + 라이스 |

코기 스타일 한국 타코
3장 — 프렌치 딥: 1908년 다운타운의 노동자 점심
두 집의 원조 논쟁
LA 에는 같은 음식의 원조를 주장하는 두 가게가 100년 넘게 나란히 존재합니다. 둘 다 1908년 개업. 둘 다 현재 영업 중.
필리페스 (Philippe's)는 1908년 필리프 마티외(Philippe Mathieu)가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 연 샌드위치 가게예요. 전설에 따르면 1918년, 경찰관 주문 샌드위치를 만들다 빵이 실수로 고기 육수 팬에 빠졌는데, 그 경찰관이 "그냥 줘요"라고 했다는 거예요. 거기서 메뉴가 탄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콜스 (Cole's)는 같은 해인 1908년 역시 다운타운에 문을 열었어요. 콜스도 프렌치 딥을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두 가게는 논쟁을 이어가고 있어요.
논쟁의 승자는 없습니다. 맛으로 판단해야 해요.
프렌치 딥이란
얇게 썬 로스트비프를 소워도우 프렌치 롤에 넣고, 뜨거운 오주(au jus), 즉 고기를 구울 때 나온 육수에 빵을 적셔 먹는 샌드위치예요. 'French(프렌치)'는 나라 이름이 아니라 빵 종류 — 프렌치 롤 — 를 가리켜요.
소박한 음식이지만, 육수의 풍미가 빵에 스며드는 순간은 진짜예요. 다운타운 법원과 철도역 주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서서 먹던 점심 — 그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프렌치 딥 샌드위치
어디서 먹나
| 가게 | 주소 | 특징 |
|---|---|---|
| 필리페스 (Philippe's) | 1001 N Alameda St, Los Angeles | 1908년 원조 주장·유니언 스테이션 도보 5분·평일 점심 붐빔 |
| 콜스 (Cole's) | 118 E 6th St, Los Angeles | 1908년 원조 주장·다운타운 DTLA·바 분위기 |
두 가게 모두 다운타운 LA 에 있고, 도보 거리예요. 가격대는 편도 약 USD 12~18 수준입니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엘 푸에블로를 다녀온 후 점심으로 들르기 딱 좋은 위치예요.
4장 — 인앤아웃 버거: 1948년 드라이브스루의 탄생
해리와 에스더 스나이더의 아이디어
1948년, 해리 스나이더(Harry Snyder)와 에스더 스나이더(Esther Snyder) 부부가 LA 카운티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 작은 버거 가게를 열었어요. 이게 인앤아웃 버거 1호점입니다.
당시 미국에는 드라이브스루 개념이 없었어요. 해리는 인터컴 시스템을 직접 설계해서 손님이 차 안에서 주문하면 창구로 음식을 가져다 주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인터컴 시스템 이에요.
'인앤아웃(In-N-Out)'이라는 이름은 '들어와서 바로 나간다'는 개념에서 왔습니다.
왜 캘리포니아 아이콘인가
인앤아웃이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과 다른 건 몇 가지가 있어요.
첫째, 냉동 패티 없음. 고기는 매일 신선하게 배달받아요. 그래서 서부 몇 개 주(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유타 외 몇 곳)에서만 영업합니다. 신선도 유지에 물류 거리 제한이 있거든요. 전국 체인화를 포기한 결정이에요.
둘째, 비밀 메뉴. 공식 메뉴판에는 햄버거·더블더블·치즈버거·프렌치 프라이·밀크셰이크 정도가 전부예요. 하지만 주문 시 구두로 요청하는 숨겨진 변형 메뉴가 있어요.
| 비밀 메뉴 | 내용 |
|---|---|
| Animal Style | 패티를 겨자와 함께 굽고, 특제 스프레드 + 피클 + 캐러멜라이즈드 양파 추가 |
| Protein Style | 번 대신 양상추 잎으로 감싼 버거 (저탄수) |
| 4×4 | 패티 4장 + 치즈 4장 |
| Flying Dutchman | 번 없이 패티와 치즈만 |
| Neapolitan | 바닐라·초콜릿·딸기 3가지 맛 섞은 셰이크 |
셋째, 비상장 가족 경영. 스나이더 가문 3대째 운영 중이에요. 주주 압박 없이 품질 기준을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클래식 더블버거
가격과 위치
LA 전역에 수십 개 지점이 있어요. 가격은 미국 패스트푸드 기준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더블더블 콤보 기준 USD 10~15 내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지점은 선셋 블러바드(Sunset Blvd, 할리우드 인근)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근이에요. 그리피스 천문대 방문 후 저녁 식사 코스로 자주 묶입니다.
5장 — 보바 밀크티: 산 가브리엘 밸리와 미국 첫 확산
몬터레이 파크에서 시작된 문화
보바 밀크티 는 1980년 대만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타피오카 펄을 밀크티 아래에 넣고 굵은 빨대로 빨아 마시는 음료입니다.
이게 미국 땅에 처음 들어온 곳이 LA 의 몬터레이 파크(Monterey Park)예요. 1980년대 대만계 이민자들이 이 교외 도시에 보바숍을 열었어요. 몬터레이 파크는 1990년 인구조사에서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다수 교외 도시 로 기록된 곳이에요. 대만·홍콩·광둥계 이민자들이 형성한 커뮤니티가 산 가브리엘 밸리 전역으로 퍼져 있었습니다.
'보바(Boba)'라는 이름은 광둥어에서 왔어요. 큰 구슬을 뜻하는 속어로, 타피오카 펄의 모양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금의 보바 문화
미국 전역에 현재 약 5,000개 이상의 보바숍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요. 그 출발이 산 가브리엘 밸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LA 에서 보바를 마시고 싶다면 두 곳을 추천해요.
산 가브리엘 밸리 (San Gabriel Valley) — 몬터레이 파크, 로즈미드(Rosemead), 아케이디아(Arcadia) 일대. 진짜 대만식 보바숍들이 밀집해 있어요. 가게마다 특색이 있고, 가격도 다운타운보다 저렴합니다.
소텔 애비뉴 (Sawtelle Avenue, 웨스트 LA) — 일본계·한국계·아시아계 카페들이 모여 있는 거리예요. 다양한 현대식 보바 변형 메뉴를 구경하기 좋아요.

보바 밀크티 산 가브리엘 스타일
6장 — 이스트 LA: 멕시코계 미국인의 식탁
이스트 LA 와 보일 하이츠의 의미
이스트 LA (East LA)와 보일 하이츠 (Boyle Heights)는 LA 의 멕시코계 미국인 문화의 중심이에요. 인구의 약 95% 이상이 라틴계인 이 커뮤니티는 20세기 초부터 형성되었습니다.
거리에는 타케리아(Taqueria, 타코 전문점), 파나데리아(Panadería, 멕시코식 빵집), 카르니세리아(Carnicería, 정육점)가 즐비해요. 마리아치 음악이 광장에서 흘러나오고, 벽화가 건물 외벽을 가득 채웁니다.
이곳의 음식 문화는 단순히 "멕시코 음식"으로 분류되지 않아요. 멕시코 각 지역(할리스코·오아하카·미초아칸 등)의 요리 전통이 LA 라는 새 땅에서 변형되고 뒤섞인, 멕시코계 미국인 의 고유한 음식 문화입니다.
타코 알 파스토르(Tacos al Pastor)
이스트 LA 의 타케리아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예요.
타코 알 파스토르(Tacos al Pastor)는 중동의 샤와르마(Shawarma)에서 영감을 받아 멕시코 이민자들이 변형시킨 음식이에요. 수직 회전 꼬치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꽂아 천천히 구워 얇게 잘라 토르티야에 올립니다. 파인애플 한 조각, 실란트로, 양파가 올라가요.
LA 의 이스트 LA 타케리아들은 새벽에도 문을 여는 곳이 많아요. 클럽이 끝나는 새벽 2시에도 줄을 서서 먹는 진짜 현지 문화입니다.
| 포인트 | 내용 |
|---|---|
| 가격 | 타코 1개 USD 2~4 (매우 저렴) |
| 위치 | 이스트 LA 세사르 차베스 애비뉴(César Chávez Ave) 일대 |
| 운영 시간 | 많은 가게가 새벽까지 영업 |
| 주문 팁 | "알 파스토르, 도스 포르 파보르(al pastor, dos por favor)" — "알 파스토르 2개요"가 기본 주문 |
7장 — 코리아타운 한국 BBQ: 숯불 앞의 LA
미국 최대 한인 커뮤니티의 식탁
코리아타운(Koreatown)은 윌셔(Wilshire)·올림픽(Olympic)·웨스턴(Western) 교차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미국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이에요. 1965년 이민법 개정 이후 형성되기 시작했고, 현재 약 30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거나 그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리아타운의 밤은 숯불 연기와 함께해요.
삼겹살, 갈비, 불고기 — 테이블 중앙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한국식 BBQ 는 이곳에서 LA 사람들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었어요. 한국인만 오는 곳이 아닙니다. 금요일 저녁 코리아타운 BBQ 집 앞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무엇을 먹나
코리아타운 BBQ 에서 처음이라면 이 순서를 추천해요.
- 갈비 — 소 갈비를 달달하게 재운 LA 갈비 스타일. 이름 자체가 'LA갈비'라고 불리기도 해요. 뼈를 발라가며 먹는 재미가 있어요.
- 삼겹살 — 돼지 삼겹살을 숯불에 직접 구워 상추와 된장, 마늘과 함께 쌈으로 먹습니다.
- 순두부찌개 — BBQ 가 아닌 찌개를 원한다면, 코리아타운에는 BCD 순두부 같은 순두부찌개 전문점도 있어요. 1997년 창업한 LA 의 한식 랜드마크입니다.
| 음식 | 가격대 (USD) | 추천 포인트 |
|---|---|---|
| 갈비 (소 1인분) | $25~40 | 코리아타운 전통·LA갈비 스타일 |
| 삼겹살 (2인 기준) | $30~50 | 직화 구이·소주 페어링 |
| 순두부찌개 + 밥 | $15~20 | BCD Tofu House 1997 창업 |
| 한국 해장국 | $12~18 | 아침 식사·숙취 회복 |
8장 — LA 음식 투어 1일 루트
한 끼도 허투루 쓰지 않는 LA 음식 투어 루트예요. 코리아타운을 베이스로, 이스트 LA 와 다운타운을 연결합니다.

LA 1일 음식 투어 루트 인포그래픽
| 시간대 | 코스 | 동네 | 이동 |
|---|---|---|---|
| 오전 9시 | 해장국·순두부찌개 아침 | 코리아타운 | 출발 |
| 오전 11시 | 타코 알 파스토르 점심 | 이스트 LA | 차량 20분 |
| 오후 2시 | 보바 밀크티 간식 | 산 가브리엘 밸리 | 차량 20분 |
| 오후 4시 | 프렌치 딥 샌드위치 | 다운타운 DTLA | 차량 25분 |
| 오후 7시 | 삼겹살·갈비 저녁 | 코리아타운 | 차량 15분 |
| 오후 10시 | 노래방 마무리 | 코리아타운 | 도보 |
알아두면 유용한 팁
팁과 결제
LA 식당에서 팁은 15~20% 가 표준이에요. 계산서에 세전 금액의 18~22%를 더하면 됩니다. 태블릿 결제 화면에서 자동으로 팁 선택 화면이 뜨는 경우가 많은데, 'Custom(커스텀)'을 눌러 직접 입력할 수 있어요.
코리아타운의 일부 소규모 식당은 현금만 받는 경우가 있으니 USD 50~100 정도의 소액 현금을 갖고 다니면 편합니다.
세금
캘리포니아 판매세는 주세 7.25% + LA 시세 2.25% = 총 9.5% 예요. 메뉴 가격에 세금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실제 결제 금액은 메뉴판 표시 가격보다 약 10% 높습니다.
음식 문화 존중
이스트 LA 의 타케리아나 코리아타운 식당은 로컬 커뮤니티의 삶터예요.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자체가 그 커뮤니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에요. 사진은 음식 위주로, 다른 손님을 찍을 때는 동의를 구하는 게 LA 의 문화입니다.
출처 및 라이선스
본 페이지는 다음 출처를 바탕으로 자체 작성한 학습용 여행 가이드입니다.
- 미국 연방 공공데이터 포털 / data.gov (U.S. Government Works, 17 U.S.C. §105)
- 캘리포니아 주 공공데이터 / data.ca.gov (CC-BY 4.0)
- OpenStreetMap contributors (ODbL)
- U.S. National Park Service (NPS) — El Pueblo 역사 기념물 (17 U.S.C. §105 PD)
← 이전 편: 01편 역사와 문학으로 만나는 로스앤젤레스 → 다음 편: 03편 LA 8대 명소 완전 정복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