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에서는 산화환원이 금속 표면 한 자리에서 맞물려 끝납니다. 전자 이동이 표면 안에서 마무리되므로 따로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전지는 같은 산화환원을 두 자리로 갈라 놓고, 그 사이를 도선으로 잇습니다. 그러면 전자 이동이 도선 위의 흐름으로 드러나, 전구를 켜거나 휴대폰을 움직이는 일에 쓸 수 있습니다.
전지를 "전기를 만드는 물건"이라고 외우면 작동 원리가 흐려집니다. 전지는 새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아니라, 화학 변화 안의 에너지를 우리가 쓸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장치입니다. 산화환원이 일어날 때 생기는 전자 이동을 도선이라는 한 길로 모아 흐름이 되도록 한 셈입니다.
부식은 한 자리, 전지는 두 자리
부식과 전지는 같은 산화환원 지도 위에 있고, 자리만 다릅니다.
| 비교 | 부식 | 전지 |
|---|---|---|
| 자리 | 금속 표면의 한 자리에서 맞물림 | 산화 자리와 환원 자리를 갈라 둠 |
| 전자의 모습 | 표면 안에서 이동하고 끝남 | 도선을 따라 흐름으로 드러남 |
| 우리가 얻는 것 | 녹, 녹청, 변색 | 전류, 전기 에너지 |
| 예 | 철의 녹 | 건전지, 자동차 배터리, 휴대폰 배터리 |
전지에는 두 반응 자리가 필요합니다. 이 두 자리를 전극이라고 부릅니다. 한쪽 전극에서는 전자를 잃는 산화가, 다른 전극에서는 전자를 얻는 환원이 일어납니다. 두 전극을 잇는 줄이 도선입니다. 전자는 전해질 용액 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깥 도선을 따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길에 전구나 작은 장치를 놓으면 전자의 흐름을 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이름 | 뜻 |
|---|---|
| 전극 | 산화 또는 환원이 일어나는 자리 |
| 도선 | 전자가 지나가는 줄 |
| 전해질 | 이온이 움직여 전지 안쪽의 전하 균형을 돕는 물질 |
다니엘 전지로 보는 두 반쪽
기본 전지 모형은 다니엘 전지입니다. 아연판은 묽은 황산아연 용액에, 구리판은 묽은 황산구리 용액에 담그고 두 용액 사이에는 이온이 오갈 수 있는 길을 둡니다. 아연판과 구리판을 도선으로 이으면 전자가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아연판에서는 아연 원자가 전자를 잃고 아연 이온이 됩니다. 구리판에서는 구리 이온이 전자를 받아 구리 금속으로 자리잡습니다.
| 반응식 | 읽는 법 |
|---|---|
| Zn → Zn²⁺ + 2e⁻ | 아연 원자가 전자 둘을 잃고 아연 이온이 된다 |
| Cu²⁺ + 2e⁻ → Cu | 구리 이온이 전자 둘을 얻어 구리가 된다 |
| Zn + Cu²⁺ → Zn²⁺ + Cu | 두 반쪽을 합친 전체 산화환원 |
전체식만 보면 부식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점은 자리입니다. 산화와 환원이 서로 다른 전극에서 따로 일어나고, 그 사이 도선에 전자 흐름이 남습니다.
| 부분 | 전지 안에서 하는 일 |
|---|---|
| 산화 자리 | 전자가 나옴 |
| 도선 | 전자가 지나감 |
| 환원 자리 | 전자가 도착해 쓰임 |
| 전해질 쪽 | 이온이 움직이며 전하의 치우침을 줄임 |
레몬을 전해질로 쓰고 서로 다른 두 금속을 꽂으면 아주 낮은 전압의 전지가 만들어집니다. 이른바 레몬 전지입니다. 다만 이것은 직접 따라 해 보는 활동이 아니라, 다니엘 전지와 같은 원리가 일상의 재료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관찰 예시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1차 전지와 2차 전지
전지는 일상에서 크게 두 갈래로 만납니다. 기준은 다시 충전해서 쓸 수 있느냐입니다.
| 갈래 | 뜻 | 예 |
|---|---|---|
| 1차 전지 | 한 번 방전하면 다시 쓰기 어려운 전지 | 망가니즈 전지, 알칼리 전지 |
| 2차 전지 |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전지 | 자동차 배터리, 리튬 이온 전지 |
방전은 전지가 전기를 내어 놓으며 일하는 과정입니다. 손전등을 켜거나 리모컨을 누를 때 전지는 방전하고 있습니다. 충전은 다시 쓸 수 있는 전지에 전기 에너지를 넣어 상태를 되돌리는 과정입니다.
1차 전지는 임의로 충전하면 안 됩니다. 누액, 가스 발생, 파손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어, 제품 표시와 분리배출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리튬 이온 전지는 가볍고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에 널리 쓰이지만, 안전한 껍데기와 보호 회로 안에서만 안전합니다. 분해하거나 구멍을 내거나 가열하거나 두 단자를 직접 연결하거나, 부푼 배터리를 그대로 쓰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전지의 작동 원리 자체는 다니엘 전지와 같습니다. 산화환원을 두 자리로 나누어 전자 흐름을 꺼내 쓴다는 생각이 1차 전지에도, 2차 전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차이는 그 흐름을 한 번 쓰고 끝내느냐, 외부 전원으로 되감아 다시 쓰느냐에 있습니다. 2차 전지의 충전은 산화환원의 방향을 외부 전기로 거꾸로 돌리는 일이고, 방전은 다시 그 방향이 자연스러운 쪽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전류의 방향과 전자의 방향을 혼동하기 쉬운데, 회로에서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고 약속되어 있습니다. 부호만 반대일 뿐 같은 흐름의 두 가지 표현입니다. 전지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어느 자리에서 산화가 일어나고 어느 자리에서 환원이 일어나는가, 그리고 그 사이 도선에 전자 흐름이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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